성(性)과 에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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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에이즈는 성병이다. 따라서 성접촉만 가지지 않으면 에이즈를 사실상 예방 할 수 있다. 물론 마약주사 등에 쓰이는 주사기가 에이즈바이러스에 오염돼 있거나 에이즈바이러스에 오염된 혈액이나 혈액제제를 수혈받아 에이즈에 걸릴 수도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마약주사기로 인한 감염은 아직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고 어머니로부터 수직감염도 1~2건에 지나지 않아 거의 무시해도 좋을 정도이다. 또 수혈감염과 혈액제제로 인한 감염도 80년대 후반이나 90년대 초반에는 약간 있었으나 최근에는 그 숫자가 크게 줄어들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성접촉-그것이 이성간이든지, 동성간이든지-에 의한 감염은 꾸준히 늘고 있다.

섹스는 종족을 보존하는 수단이며 본능이다. 따라서 이를 막을 수는 없다. 어떤 이는 에이즈 감염자가 다른 사람과 성적 접촉을 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교육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너무나 비현실적이고 성을 자손을 퍼뜨리는 수단으로 진화시킨 생물에 있어서의 섹스에 대해 모르고 하는 말이다. 에이즈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성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인간의 성은 다른 동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발정기를 가지고 있으며 종족 퍼트리기를 위해 성접촉을 가지는 반면 인간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정을 하며 성관계를 맺는다.

2. 동물의 성과 인간의 성

인간은 동물과 식물, 미생물 등으로 생물을 분류하며 인간은 별도의 지고한 존재로 놓으려 하지만 인간은 동물의 하나이다. 인간이 침팬지에서 분화됐다고 주장하는 인류학자나 과학자들이 많다. 과학자들이 생명의 본체인 DNA를 분석한 결과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형질이 98.4%가 똑같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1.6%라는 차이는 어떻게 보면 큰 차이고 어떻게 보면 별 차이가 아니다. 과학자들은 이를 근거로 지금으로부터 700만년전에 침팬지로부터 분화됐다고 주장한다. 제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미국캘리포니아대 생물학 교수, 인류학, 역사학, 언어학 등에서 해박한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한글예찬론자로서도 유명)는 이런 인간을 두고 `제3의 침팬지'라고 이름지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과학이 아직 설명하지 못한 문제로 남아 있는 것 가운데 하나로 인간과 동물의 성행위 행태를 꼽았다. 원숭이들은 암컷이 새끼를 갖고자 할 때 공개적으로 성교를 하는데 반해 인간은 주로 즐거움을 위해 성교를 하되 사적으로 은밀하게 즐긴다. 물론 마약 등을 먹고 난교를 하거나 집단성교를 하는 경우도 매우 드물게 있기는 하다. 고릴라는 사람과 달라서 아주 드물게 짝짓기를 하지만 침팬지는 매일 짝짓기를 하며 성적인 기쁨 속에 지낸다고 한다. 고릴라 수컷의 성기는 길이가 4분의 1인치이고 침팬지는 3인치이며, 인간은 5인치이다. 유인원 가운데 인간 남성이 가장 길고 큰 성기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때를 가리지 않는 성교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있다.

모든 생물들은 번식에 대한 강한 충동을 지니고 있다. 이것은 생명의 근본적인 특성이며 한 동물이 번성하느냐 실패하느냐를 결정짓는 임무의 수행이기도 하다. 텔레비전 사극을 보면 왕실을 튼튼히 하는 것은 후궁의 몸에서라도 왕손을 계속 많이 생산하는 길이라는 왕실 어른들의 말을 들을 수 있다. 요즘은 그렇지 않지만 20~30년 전만 해도 어른들은 찢어지게 집안 살림이 가난해도 자식들은 제 먹을 것은 가지고 태어난다며 8~9명씩 아이들을 낳기도 했다. 이런 것들이 바로 자신의 유전자를 퍼트리기 위한 본능에서 나온 태도가 아닌가 싶다.

왜 섹스를 하는가?. 이분법이나 출아법과 같은 무성생식은 번식 속도가 엄청 빠를 뿐만 아니라 다른 개체와 힘들게 짝짓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생명 진화의 흐름은 10억년간이나 유지돼오던 무성생식에서 유성생식으로 새로운 길을 만들었다. 유성생식의 길로 접어든 생명체들은 다양한 종으로 분화할 수 있었고 진화가 최고의 속도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오늘날 대부분의 식물과 동물들이 유성생식을 하고 있으며 인간은 유성생식의 진화물의 한 결과물이다. 남성은 매일 약 1억개의 정자를 만드는데 여기에는 지구를 두바퀴나 돌고도 남을 DNA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여성은 어머니의 자궁 속에 있을 때 벌서뿌터 약 10만개의 잠재적인 난자를 챙겨두는데 이들은 긴 물질 대사적 휴면기에 들어갔다가 몇백 개가 남아서 결국 그녀의 가임기간 동안에 다시 활성화된다. 남성은 수많은 세포분열(정자세포)로 인해서 복제 과정에 오류가 끼어들 확률이 훨씬 높아지고 이 때문에 변화된 일부 유전자는 이전 것보다 더 오래 생존할 수 있다. 결국 남성이 진화에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섹스는 비록 그 대가가 값비싸고 지나칠지라도 바람직하지 않은 결함 유전자를 걸러냄으로써 죽음을 극복한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수컷이 암컷을 찾아다니며 인간 세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인간 세계에서는 여자가 남자를 고르며 찾아 다니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등 동물은 물론이고 유인원 가운에서도 침팬지를 비롯한 극히 일부 유인원을 제외하고는 성교체위도 매우 단순하지만 인간은 온갖 체위를 구사하며 쾌락을 좇는다. 이런 체위는 종족 유지 본능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수컷이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때로는 뿔로, 때로는 날카로운 이빨로 상대방을 공격해 죽이거나 치명적인 상처까지 내며 싸운다. 특히 코끼리바다표범과 같이 수컷이 암컷 수십마리를 거느리는 하렘을 형성하는 동물들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인간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여자를 두고 여러 명의 남자가 서로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구애경쟁을 한다. 이 경쟁에서 탈락한 남자 가운데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있다. 한 남자를 두고 여자들끼리 싸움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성풍속사가들은 인간이 오랜 옛날부터 단순히 생식본능이 아닌 성을 쾌락의 도구로 여기고 다양한 성문화를 만들어왔다는 것을 역사적 사실로 증명하고 있다.

성병과 인간


인간이 언제부터 성병에 걸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오랜 옛날부터 있어 왔다. 지금으로부터 몇백년전 유럽에서는 한때 가발이 유행했는데 귀족들이 타락한 성문화로 매독 등 성병에 걸려 이를 독한 약으로 치료하다 머리가 빠진 것을 커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한때 치명적인 매독도 살바르산 606호 등 각종 화학요법제와 항생제의 개발로 이제는 그냥 성가신 질병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이밖에 임질, 콘딜로마, 성기헤르페스, 사면발이, 클라미디아 등 여러 성병이 있지만 대개 인체에 치명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에이즈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성병의 유행은 그 시대상을 반영한다. 중세 유럽에 귀족 집단들에서 유곽문화가 성행하면서 성병은 이들 집단에 퍼져나갔다. 마찬가지로 에이즈는 매우 타락한 문화에 젖어 들어 아무도 통제하지 못했던 게이문화와 마약문화, 그리고 프리섹스, 성상품화 등이 빚어낸 합작품이다. 아프리카에서는 왜곡된 성문화전통과 무지 등이 대륙 전체를 에이즈의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 에이즈는 이들 타락한 성문화와 마약문화 집단들에게 무서운 속도로 번져갔으며 특히 국제화시대를 맞아 눈깜짝할 사이에 전지구적 유행병이 돼버렸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엄청나게 많이 퍼져나가고 에이즈처럼 때론 치명적이기까지 한 성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데도 인간은 여전히 성을 상품처럼 마구 사고팔며, 때로는 난잡한 성문화를 유지, 계승시키고 있다. 하지만 에이즈는 다른 성병과는 달리 순결운동의 확산과 잘 모르는 사람과의 성교 기피에 일조를 하고 있다. 그렇다고 수천년 이어온 성산업이 위축되고 남성과 여성이 본능을 억제하는 일은 벌어질 것같지 않다.

왜 남성인가

1981년 미국에서 에이즈는 게이병으로 불렸다. 게이란 남성동성애자, 즉 호모섹슈얼을 말한다. 에이즈는 체액(혈액과 모유, 정액과 질액 등)의 전달을 통해 전파가 이루어지는 전염병이므로 특히 에이즈바이러스를 가진 남성이 다른 남성과 항문성교를 할 때 전파 위험이 매우 높다. 게이들 가운데에는 남성이 아닌 다른 이성(여성)과도 성관계를 가진 양성애자가 있다. 이런 양성애자의 비율은 한국에서 특히 높다고 한다. 이는 몇차례 이루어진 조사에서도 드러난 것이다. 이는 한마디로 에이즈를 퍼트리는 주범이 남성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남성은 다른 남성과의 성접촉을 통해, 또 이성과의 성접촉을 통해 에이즈바이러스를 퍼트릴 수 있는 훌륭한 전파도구 역할을 충실히 해왔으며 에이즈 확산을 막는데는 누구보다도 앞장서야 할 책임이 있다. 실제로 현재까지 확인된 에이즈 감염자 가운데 대다수가 남성이다. 우리나라 아직까지 한국사회는 남성중심 사회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아직 남성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사실은 에이즈 퇴치에서도 남성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중요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게이들에게 관심을

최근 한 유명탤런트가 게이라는 사실을 고백하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는 게이라는 사실을 밝히면서 텔레비전 프로그램 출연을 박탈당하는 등 불이익을 받았다. 이는  에이즈 환자의 인권을 주제로 한 영화 <필라델피아>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민주당의 한 의원이 인권차원에서 접근해 소수자의 권리 옹호를 위해 국회 상임위원회에 출석시켜 증언을 들으려 했으나 다른 대부분의 보건복지위원회 동료 의원들은 게이가 국회에서 증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거절해 무산됐다.

이 사건을 보면서 게이뿐만 아니라 에이즈 감염인과 환자들의 인권이나 권리 또한 그와 같으리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고 현주소이다. 우리는 이들의 권리를 인정해주어야 한다. 게이들이나 에이즈 감염인들이 마음놓고 거리를 활보하고 자신이 게이임을, 자신이 에이즈 감염자임을 떳떳이 드러낼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미국에서도 게이들은 많은 핍박을 받았다. 물론 기독교가 번성한 중세 때에도 게이들은 요즘보다도 더 심하게 인권을 유린당했지만. 하지만 미국의 게이들은 70년대 중반 게이집회를 경찰들이 폭력으로 진압하는 사건을 계기로 자신들의 권리를 공공연하게 외치고 차츰 사회에서도 이를 인정해주는 분위기로 흘렀다. 이 때 게이들은 건전한 동성애문화를 유지하고 발전시킨 것이 아니라 도시의 전용술집과 전용사우나 등에서 `해방구'를 만들어 상상하기도 힘든 난잡한 게이문화를 퍼뜨렸다. 하루에도 6~7명과 관계를 가지는가 하면 1년에 수십명, 수백명의 다른 파트너를 바꾸어가며 성관계를 즐겼다. 게이들의 이런 성타락은 `게이'를 가져다준 것이 아니라 에이즈, 즉 죽음을 가져다 주었다. 이들의 타락한 게이문화는 70년대 말, 80년대 초반 극에 달했다. 80년대 중반부터 많은 게이들이 에이즈바이러스에 무릎을 꿀었을 때 조심하기 시작했으나 이미 때가 늦은 사람이 많았다.

우리는 여기에서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한국의 게이들은 과연 어떤 게이문화를 가지고 있는가. 필자가 1996년 당시 게이문화와 게이문제를 정면을 언론 등 사회가 정면으로 다루지 않았을 무렵에 <에이즈 엑스파일>이란 책을 통해 게이문화를 소개하고 이들의 문화가 물 위로 떠오르고 이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질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그리고 그 예견은 이미 현실이 됐다. 우리는 이들을 정신병자나 더불어 생활하기 곤란한 사람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그들이 스스로 그들의 성정체성과 문화를 게이가 아닌 다른 집단에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만들고 만약 이들의 문화가 70년대와 80년대 미국에서처럼 타락한 방향으로 흘러갈 때에는 이들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끌어주어야 한다. 에이즈 감염인들을 사회가 냉대를 하고 이들의 인권을 무시하면 이들은 자포자기의 심정에서 에이즈를 퍼트리는 행위에 대해서 죄의식을 가지지 않을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에게 쏟는 애정보다 훨씬 못한 애정과 관심을 이들에게 보이게 될 경우 게이들은 건전한 게이문화가 아닌 타락한 성문화를 만들어갈 위험이 있다. 이것은 게이들뿐만 아니라 이들의 양성애를 통해 우리 사회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

남성만으로는 안된다  

에이즈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인종도 가리지 않고 학력이나 직업,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정치인에서부터 어린이, 학생, 교수, 언론인, 주부, 노인, 농민, 노동자 등 그 누구도 에이즈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남성과 여성을 가리지도 않는다. 에이즈는 특별히 남성에게 더 위험하고 여성에게 덜 위험한 질병은 아니다. 언제 누구와 어떤 행위를 하느냐에 따라 위험이 달라질 뿐이다.

최근 우려되는 것은 일부 여성들이 부르짖는 성해방이다. 여성도 성문제를 남성처럼 터놓고 이야기하고 억눌린 남성 사회에서 목소리를 낮추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자칫 이것이 여성도 일부 남성들처럼 이 남자 저 남자와 마구잡이로 관계를 가지며 때로는 돈을 주고 남성을 사겠다는 쪽의 왜곡된 문화로 흘러가면 곤란하다. 그러면 여성들도 각종 성병이나 에이즈 감염의 위험에 더욱 노출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에이즈에 걸린 여성보다는 남성이 훨씬 많다. 그러면 이들 남성들은 누구로부터 에이즈에 걸렸는가. 일부는 동성애로 걸렸겠지만 다수는 여성과의 성접촉으로 걸렸다고 역학조사에서 이야기한다. 물론 이 여성은 다른 여성한테서 감염된 것이 아니라 남성한테서 감염됐을 것이다.

결국 에이즈 퇴치는 남성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남성의 주도적인 역할을 유엔에이즈가 2000년에 특별히 강조했지만 여성 또한 남성 못지않게 중요하다. 우리 여성들은 남성에 대한 한풀이식 성해방을 외칠 것이 아니라 왜곡된 남성 성문화를 바로잡는데 힘을 써야 한다. 이런 말이 유행한 적이 있지 않은가.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라고. 에이즈는 이제 아(A) 이제(I) 다시(D) 살 수 있다(S)는 희망의 전염병이 돼야 한다. 이런 에이즈를 퇴치하는데 남성과 여성, 그리하여 모든 인류가 손에 손잡고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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