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적,수배,구멍 그리고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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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02

잠적, 수배, 구멍, 허점…. 이는 교도소 탈주범 이야기가 아니다. 에이즈 감염인들의 소재가 제 때 확인되지 않을 경우 그동안 우리 언론인들이 신문과 방송에서 즐겨 써왔던 단어들이다. 1991년 12월 9일자 한 조간신문은 ‘에이즈 감염 의혹 29명 잠적-보건당국 의사회 통해 병원에 수배 공문, 여자 27명, 남자 2명, 거의 술집 등 유흥업 종사자, 보균 최종 검사 못해…관리체계 허점노출’이란 제목의 사회면 머릿기사를 다루었다. 이는 1985년 국내에서 첫 에이즈 감염인이 보고된 이후 해마다 되풀이되는 내용으로 2000년대 들어서도 비슷한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 1986년 1월7일자 한 석간신문은 ‘AIDS 증세 근로자 “잠적”-중동취업 중 바이러스보유 드러나 귀국’이란 제목으로, 이어 8일자 여러 조간신문들은 ‘AIDS 양성반응자 잠적-중동 소환 회사원 환자관리에 허점’이란 제목 따위로 같은 내용을 다루었다. 또 1990년 8월9일자 한 조간신문도 방역 당국이 에이즈 환자와 연락이 되지 않는 것을 두고 ‘국내 AIDS 1호 4년9개월째 잠적-사우디서 송환 30대 격리치료 중 행방 감춰, 신분노출 꺼려 계속 출두 기피, 보사부?병원 등 방역관리 허점’이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우리 언론인들은 이처럼 방역 당국과 에이즈 감염인이나 환자가 제 때 연락이 되지 않을 경우 이들을 중죄인 다루듯이 한다. 그래서 잠적, 수배, 허점, 구멍 등의 용어를 써가며 이들의 부도덕성과 정부당국의 무사안일함을 나무란다. 아마 이런 식의 보도를 일삼는 언론인이 있는 나라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에이즈 감염인이나 환자가 우리보다 훨씬 많은 미국이나 인도, 서구 국가, 일본, 태국 등에서 이런 식의 보도를 일삼는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지금은 많이 달라져 2000년대 들어서는 국내에서도 이런 식의 보도가 잘 눈에 띄지 않지만 2~3년전 병원에서 한 에이즈 말기 환자가 치료를 받다 신병을 비관해 병원을 빠져나와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몇몇 언론사는 그를 중죄를 저지른 형사범처럼 취급해 그의 신체특징 등을 자세하게 다뤄 시민들이 그를 보면 신고를 부탁하는 보도를 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만약 다른 감염병, 예를 들어 결핵이나 세균성 이질 등 다른 법정전염병 환자가 제 때 방역당국과 연락이 되지 않을 경우에도 그의 신체적 특징을 일일이 열거하며 중죄인 수배를 하듯이 보도를 할까? 결핵이나 세균성이질은 에이즈보다 몇백 배, 몇천 배 더 쉽게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킬 수 있는 전염병이 아닌가! 그렇게 보도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언론인들은 왜 유독 에이즈란 전염병에 대해서만 이런 특이한 태도를 보이는 것일까. 이는 에이즈 유행 초기 때 언론인에 각인된 잘못된 관념, 곧 에이즈는 부도덕한 사람들이 걸리는 더러운 질병이라는 것과 이들은 신분노출을 지극히 꺼리기 때문에 설령 잘못된 보도 내용이 있다 하더라도  누가 항의를 하거나 언론중재, 소송을 걸어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따위가 한 몫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에이즈 감염인이나 환자를 24시간 감시하거나 이들과 365일 항상 연락을 취하는 나라는 없다. 그렇게 하는 나라가 있다면 그 나라는 개인의 사생활과 인권을 무시하는 야만국가이다. 과거 이런 식의 보도를 한 언론사와 언론인은 감염인의 인권을 조금이라도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에이즈란 질병, 에이즈 감염인과 환자는 감시?감독이나 관리를 특별하게 할 필요도 없고 관리할 수도 없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들이 가족이나 친구, 친척과 연락을 끊지 않고 좋은 관계를 맺으며 지낼 수 있도록 언론인들이 오히려 나서서 도와줘야 한다. 이들이 사회에서 다른 질환자들과 마찬가지로 당당하게 자신이 감염인이고 환자임을 밝히면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편견과 차별을 없애는데 언론인이 앞장 서야 한다.

이제 두 번 다시 우리 신문과 방송에서 에이즈 감염인/환자들이 방역당국과 연락이 되지 않는 일을 두고 잠적, 수배, 방역 허점 따위의 용어를 써가며 질타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자.

출처: '함께사는세상' 11월호 - 다시보는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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