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어라, 들키지 말고 - 에이즈와 숨바꼭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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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18

어릴 적 이른바 ‘꼭꼭 숨어라’ 놀이를 즐겨 했었다. 집안에서 형제들과도 했고 집 밖에서는 친구들과 함께 했다. 방학이 되어 시골 고향에 가서도 그곳 아이들과도 이 놀이를 했다. 그래서 장롱 안에도 숨고, 창고나 부엌, 심지어는 변소, 볏단더미 속에 숨기도 했다. 들키면 술래가 되거나 벌을 받기 때문에 어디에 숨으면 술래가 찾지 못할까 생각하며 짧은 시간에 번득이는 지혜를 짜내느라 뇌세포가 고생을 했다.

이 놀이를 떠올리면서 우리나라 에이즈 감염인/환자를 연상했다. 이들은 사회에 당당하게 “내가 감염인/환자요”라며 자신을 드러낼 수 없었다. 편견과 차별 때문에 자신의 감염 사실이 알려지면 친구나 이웃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가족에게마저 버림받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자신의 감염 사실을 밝히기는 하지만 회사에서나, 가정에서, 심지어는 구치소나 교도소에서도 자신을 드러낼 수 없었다. 에이즈라는 질병은 보건?의학적으로는 안전하지 못한 성관계를 맺거나 출혈을 동반하는 수술 같은 것을 빼고는 굳이 자신의 감염 사실을 드러낼 필요도 없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에이즈 감염인/환자와 대화하거나 악수하거나, 함께 식사하거나, 같이 목욕하는 것 따위를 몹시 꺼린다. 그래서 자신이 속한 집단이나 공동체에 이들이 있을 경우 격리를 요구하거나 집단따돌림을 한다. 특히 에이즈에 대해 공포 분위기가 조성된 80년대와 그 여진이 위력을 발휘했던 90년대에는 더욱 그 정도가 심했다.

이를 잘 방증하는 기사가 당시에는 많았다. 1992년 10월 9일자 한 일간지가 ‘구치소서 에이즈감염자 발견 - 3년 전 확인 숨긴 채 일반재소자와 생활’이란 제목의 7단 크기의 톱기사는 이런 보도 가운데 하나이다.

“밀수혐의로 구속기소된 선원이 구치소 수감 중 3년 전 에이즈 감염자로 판정됐던 사람으로 확인돼 뒤늦게 격리수용된 사실이 밝혀져 당국의 에이즈 감염자 관리에 큰 허점이 드러났다. (중략)
구치소에서 에이즈 감염자를 격리수용한 것은 1명이 있으나 감염 여부를 확인하지 못하고 수감한 것은 P씨가 처음이다. 부산구치소는 이에 따라 P씨를 병감으로 옮긴 뒤 부산지법에 구속집행정지를 신청, 8일 법원의 결정을 받아 부산시내 종합병원에 격리수용했다. (중략)
부산구치소측은 P씨가 밀수 주범이어서 독방에 수용해 다른 재소자와 접촉할 기회가 없었다고 말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에이즈 감염자가 이를 숨긴 채 일반재소자와 수감생활을 할 수 있었던 사실만으로도 당국의 에이즈 감염자 관리에 큰 허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사가 이 기사를 7단 크기로 대문짝만하게 다룬 것은 그 내용이 엄청난 파장이 있다고 보았거나 우리나라 에이즈 감염인/환자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기사는 여러 문제점과 편견을 지니고 있다.

감염인이 자신의 감염사실을 숨긴 것을 문제 삼았다. 에이즈 감염인은 어디를 갈 때마다 “나는 감염인이오”하고 외치고 다녀야 할까. 언론인은 왜 B형 간염바이러스 보균자나 독감바이러스 보균자에게는 왜 이런 요구를 하지 않는 것일까. 에이즈는 수혈이나 안전하지 못한 성관계를 통해 감염인/환자에서 비감염인/환자에게 전파되는 전염병이어서 학교생활, 구치소나 교도소 생활 등을 통해서 전파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따라서 에이즈 감염인이 교도소나 학교에서 다른 사람과 격리돼 수용되거나 학습을 받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에이즈보다는 결핵이나 콜레라와 같이 일상적인 접촉으로 감염될 수 있는 전염병을 가진 사람을 격리수용해야 한다. 아마 이런 전염병을 지닌 사람이 구치소에서 한 명 발견됐고 다행히 다른 사람에게 전혀 전파를 시키지 않았을 때에도 똑같은 잣대로 7단 크기의 톱기사로 다루었을까. ‘구치소서 결핵보균자 발견’ - 3년 전 확인 숨긴 채 일반재소자와 생활’이란 제목으로 말이다. 보건?의학적 측면에서 에이즈 감염인 보다는 결핵보균자가 일반재소자와 함께 생활하는 것이 수십 배, 수백 배 더 위험한 일이다.

출처 : '함께사는 세상' 2006년 1월호 - 다시보는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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