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의 만족

Early HIV Symptoms면역력 강화! 눌러 주세요!질병조심! 눌러 주세요!Latest HIV Information...에이즈 동영상자료



 



‘90년 난 그토록 바라던 일본행 비행기를 탈 수가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에 대해 공부하고 싶었고 가난한 집안을 위해 돈도 벌고 싶었다.

외국, 그 장밋빛 꿈과는 달리 이방인이 겪어야 할 산들이 많았다. 외국인에 대한 차별, 언어 특히 문화의 차이가 가장 힘들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한국과 일본은 반대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인간은 모두 같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나라, 가정, 친구, 기쁨과 슬픔의 문제가 있는 것이다. 나는 정들여 살면 고향이라고 별 문제없이 일본 속에 동화되고 있었다. 그들의 친절, 검소함과 겸손, 절제하는 사람들의 모습, 특히 예절교육에 신경을 쓰는 모습에 난 우리사회가 이런 것은 받아들였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10년이란 세월의 흐름 속에 어느 정도의 꿈을 이루고 고국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가족에게 맡긴 돈 문제 그리고 투자의 실패로 난 다시 일본행에 몸을 실었다. ‘절대 성공하지 않으면 돌아오지 말자.’라고 다짐하고, 그렇게 적응이 되어갈 때 난 한달 동안의 감기증세로 쓰러지고 말았다. 정신이 들었을 때는 병원이었고, 39도를 넘나드는 고열과 아픔, 그리고 의식도 없이 며칠을 보냈다. 너무나 아프기에 정신이 나면 죽여 달라고 소리를 지르곤 했다. 얼마 후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간에 급성 바이러스가 들어갔었다는 것이다. 그 일로 인해 난 HIV에 감염된 사실을 통보 받았다. 한동안 난 그냥 멍했다. 그리고 울지 않을 수가 없었다. 누구에게나 자기 인생이 소중한 것. 삶과 죽음이란 단어가 날 가득 채우고 있었다.

죽는구나!
에이즈란 더러운 단어였기에 남들이 알면 어떡하나 차라리 죽는게 낫겠다고 생각 했었다. 내가 동성애자였기에, 그런 성생활이 날 감염인으로 만든 것 같다. 하지만 동성애자가 꼭 나쁜 것일까. 어쩌면 이 사회와 사람의 가치관들이 틀린 것은 아닐까. 모른다. 제3의 성이 존재 한다는 것에 대해 인정을 못하니까. 허탈함에 난 아무 생각도 없었다. 내가 병을 만든 것은 사실이고 누굴 원망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가족들의 얼굴, 주위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간호사와의 면담에서 자살하고 싶다고 했다. 정말 정말로 죽으려고 했었다. 나를 간병하던 일본 간호사의 따뜻한 친절 속에 긴 병원생활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왔을 때 무겁게 내려앉는 수많은 잡념들에 가슴이 저려왔었다. 이대로 한국으로 가야하나. 망설임 끝에 바로 비행기를 예약하고 난 현해탄을 건넜다. 저 푸른 바다 사이로 한국과 일본이란 나라, 내 삶의 거의 반반의 생활, 수많은 일본 친구들의 고마움, 병원에 입원했을 때, 돈이 없어서 고민하던 때, 하지만 그 병원에서는 이 다음에 갚으라면서 나를 보내 주었다. 좋았던 추억과 아픈 추억을 안고서 한국에 돌아온 후 소개장을 들고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보건소에 연락이 되어 담당 김형수씨를 만났다. 따뜻한 보살핌과 여러 가지 혜택들, 특히 대한에이즈예방협회에 방문하여 상담 후 진료비 이백만정도의 혜택을 받아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일본에도 없는 제도로 약값을 국가로부터 환수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감사드린다.

그 후로 난 에이즈란 병을 같이 길게 가야하는 친구라고 생각하고 우선 의사선생님의 지시대로 약을 철저히 시간 지켜가며 먹고 자신을 관리하는데 신경도 쓰며 건전한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마음이 편했다. 마음이 편하니 자연 몸도 편해지는 것 같다. 독한 약과 친구가 된 것 같다. 약 시간과 독한 약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만이 살길이다. 난 소중한 나만의 인생을 알게 되었다. 사람은 조금 빨리 죽고, 늦게 죽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죽음이란 무엇일까. 그냥 살아있던 의식이 잠시 멈추는 것일 뿐이다. 그렇다. 그렇게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홀가분하여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싶었다. 내가 조금 빨리 죽을 때 살아온 것에 대해 만족을 하면 그것으로도 성공한 것이다. 돈, 명예, 큰 성공이 아닌 수많은 작은 것들, 내가 좋아하는 자연 속에 낡은 나무집에 사는 것, 검은 오래된 탁자위에서 차 한 잔 사계절의 변화를 보는 것, 비 오는 날, 지나간 어릴 적 추억을 끄집어 내보는 것, 과일나무 가꾸는 일, 좋아하는 사람과의 대화, 음식에 대한 고마움, 오늘도 작은 것들을 하는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아직도 형 말고는 내가 HIV에 감염된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 시골 농사꾼인 부모님 가슴에 아픔을 선물하기 싫어서이고 다른 형제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가장 소중히 여겼던 보물 1호인 내 친구에게 한 달 전 감염된 사실을 전화로 알렸다. 친구는 울먹이면서 전화를 받지 못했다. 그 이후로 전화는 없었지만, 난 알고 있다. 그리고 이해한다. 난 그 친구에게서 수많은 추억을 선물 받았기에 이렇게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멀어져도 홀가분하고 다시 살아가야지 하는 의욕이 넘친다. 다시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12월, 한해의 끝자락 겨울, 그리고 내 아팠던 시간들, 그것은 어느 한편으로는 새로움과 인연 그리고 희망을 주기위해 준비된 과정인 것 같다. 선진국 같은 내 나라가 자랑스럽고 나에게 도움을 주시는 서울시와 정부에 감사드리고 보건소의 담당자 그리고 구세군 여러분의 사랑이 너무 아름답다.

작은 것에 만족하는 삶, 이것이 나의 마지막 해야 할 일이다. 그러기위해 난 또 새해가 기다려진다.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의 마음으로 가득하다. 살아야 한다. 새해에는 곡식을 땅에 뿌리고 가꾸어야지. 너무 가슴 설렌다. 찬바람에도 감사의 말이 나올 수 있었다는 사실에 난 이미 행복한 길을 걷고 있는지 모른다. 내 자신을 사랑하며 내 주위 내 나라 이 세상에 행복이 가득하길 빌며 새해가 소풍가듯 기다려진다. 친구 아들 녀석의 재롱과 목소리가 내 가슴에 남아 있는 한 행복하다. 만족, 그것만이 내가 꿈꾸는 가장 큰 성공일지 모른다.

/ 이 동 호 (가명) 作






차례...에이즈홈.........웰빙건강운동...질환정보...대화법....에이즈 사진자료...음악감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