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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 전쟁] 달라진 성문화 담을 새로운 논의 필요

영화 <래리 플린트>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자못 감동적인 옹호와 함께,`성'이란 필연적으로 여러 정치세력들이 다투는 전장 혹은 전선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흥미롭게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표현의 자유란 결국 포르노의 자유이며, 미국 내에서 이런 `자유'를 둘러싼 가장 치열한 싸움 상대는 반(反)포르노그라피 페미니스트들이었다는 사실이 간과되고 있다.

우리 사회가 포르노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서로 다른 도덕적 입장에도 불구하고 매우 단순하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진보적 성 정치학의 두 날개인 페미니즘이나 동성애 진영에서도 아직은 서구의 이론과 경험을 수용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反)포르노그라피 페미니스트들은 포르노가 성적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주범이라고 지목한다. 곧 성을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남성과 그 활용의 대상물인 여성으로 나누고, 여러 가지 도착적인 성관계를 묘사함으로써 정상적인 성도덕을 왜곡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포르노에 영상철학이 있다면 그것은 남성의 성기에 대한 여성의 종속, 여성의 신체에 대한 굴욕적 묘사다. 성에 관한 시각 체험이 성에 관한 사고방식, 나아가 행동방식과 분리될 수 있을 것인가? 포르노는 가부장적 사회질서를 끔찍할 정도로 압축해서 보여준다.

한편 페미니즘 내부와 동성애 진영에서는 위의 견해에 내포되어 있는 또다른 위험성을 지적한다. `도착(倒錯)'과 `정상'이라는 관념이 동성애에 대한 이성애의 우월의식을 반영하고 있지는 않는지, 남성은 공격적이고 폭력적이며 여성은 수동적인 피해자라는 이분법을 답습하면서 여성의 성적 쾌락에 대한 그 오랜 억압을 되풀이하고 있지는 않은지, 혹시 포르노 속에서 고정관념과 편견을 파괴하는 힘을 발견할 가능성은 없는지 등을 조심스럽게 질문한다.

포르노가 남성심리에 미치는 영향도 간단치 않다. 사회는 또한 남성들이 포르노 문화 속에서 긴장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완충지대를 찾도록 은밀하면서도 강력하게 부추긴다. 포르노와 폭력적인 성 행태의 상관성도 좀더 정교하게 분류되어야 한다.

오늘날 성을 둘러싼 규범과 질서는 급격하게 달라지고 있다. 새로운 성문화를 기획하고 성적 욕망에 관해 새로운 언어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성을 사회적 맥락 속에서 문제화(problematize)하고 인간에 대한 존중과 다원주의를 실천하려는 집단적 의지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소희/자유기고가:한겨례 신문 97/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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