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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화와 눈높이

'내게 거짓말을 해봐' 로 구속된 소설가 장정일씨가 보석으로 풀려나던 바로 그날(1997년7월23일) 만화가 이현세씨는 '천국의 신화' 로 검찰에 불려갔다.

사안의 차이는 있지만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걸린 고리는 '음란' .바야흐로 음란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이 '뜨거운 감자' 에 화상을 입지 않기 위해서는 좀 더 문화적인 호흡법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영국이 낳은 문호 D H 로렌스는 1915년 자신의 소설 '무지개' 가 음란시비에 휘말리자 "순결한 처녀란 우연히 만들어진 말에 불과하다" 고 대꾸했다.

그의 예언대로 '무지개' 는 오늘날 인간 정서에 대한 심오한 탐구서로 필독 문학작품 리스트에 올라있다.

지금 과연 성 (性) 의 개방이 우리 사회의 암을 유발하는 주범인가. "권력은 성의 몸통을 꽉 붙잡는 양팔" 이라는 미셸 푸코의 주장대로 권위주의가 강한 사회일수록 성적 욕망은 탄압받게 마련이다.

성의 용틀임은 이제 막 독재의 억압질서에서 벗어난 한국 사회가 지배권력에 대해 시작한 항거의 첫 몸짓에 불과한게 아닐까. 성은 물과 같아 고이면 썩는다고 한다. 관능을 탄압하던 중세시대 지하로 숨어든 성문화가 얼마나 부패했던가를 상기해보자. 우리의 예술과 문학은 너무 오랫동안 도덕의 편에 서 있었다.

사르트르의 정의대로 문학의 본래 역할이 "단죄가 아닌 죄의 옹호" 라면 이제 우리는 에로스문학을 더 이상 가둬둘 수는 없다. 인간을 별보다 더 멀리 이끌어갈 수 있는 예술이 에로티시즘이며 인간의 정서에 탄력을 주는 샘물의 원천이 성이라고 한다.

상상의 자위행위에 벌금을 물려온 러시아가 개방 이후 예술의 에로티시즘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선언하고 나선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기발한 창의력이 모난 돌되어 정맞고 성윤리를 걱정하는 체하며 모럴 테러리즘을 합리화하던 개발도상국 시대의 발상은 이제 예술에서부터 털어내야 하지 않을까. 특히 문학이야말로 그간 뒤집어써온 종교적.윤리적 군더더기를 떼어내야 할 때다.

성이 우리 사회의 불온한 선전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문학이라는대리 경험의 시험대에 과감히 올려야 한다. 물론 작가들의 조야 (粗野) 한 문체도 정제돼 헤스터 프린의 가슴에서 '주홍글씨' 를 떼어줄 수 있는 건전한 에로스 문학의 토대를 마련해가야할 것이다.(1997년7월/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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