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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벗는 남자들] 부계사회 몰락의 전주곡인가

영화 '풀 몬티 (The Full Monty:몽땅 벗는다는 영국 속어)' 를 보셨는지. 6명의 실업자 남성들이 돈벌이를 위해 여성을 위한 스트립쇼를 벌이는 이야기. 작금의 우리 현실과 맞물려서인지 이들의 우스꽝스런 모습이 더욱 슬프게 다가온다.

그러나 '실업' 못지않게 중요한 이 영화의 화두를 찾으라면 바로 '성 (性) 정체성' 이다. 먼저 한마디로 가관인 여성들의 쇼 관람 태도. 휘파람을 불며 주먹을 흔들어 대고 병나발을 부는 열광의 도가니….

그것도 모자라 '남자' 화장실에 우르르 몰려가 서서 볼일을 볼 정도다. 스크린 밖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어느덧 영화 속 여성들처럼 고함을 지르며 환호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고 고백하는 여성 관객들. 남성 스트립이 더 이상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는 의미일까. 일단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시길. 미국이나 유럽등에선 그런 클럽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뿐 아니다. 각종 모임에 여성의 하루짜리 파트너가 되어줄 남성들을 구비해둔 사무소도 있고 파티에 남성 스트립 댄서를 보내준다는 광고도 꽤 많다. 그동안 '남성 전용' 이었던 다양한 성적 향유의 기회가 여성들에게도 제공되기 시작한 거다.

'성의 상품화' 에 대한 진부한 논쟁은 잠시 접어두고 일단 그동안 억눌러왔던 여성의 성적 욕망을 인정한 사회적 시도라는 점에 주목해 보자. 성의 개념에는 생물학적 성 (sex) 외에도 남성성과 여성성이라는 사회적 성 (gender) 의 구분이 존재한다. 남성에게도 엄연히 여성성은 존재하고 어느 여성이든 남성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개성과 창의가 존중되는 다원화된 사회에서 남성은 이러해야 하고 여성은 저러해야 한다는 이분법적 사고가 무슨 의미를 가질까.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특정 성만이 성적 대상 혹은 성적 주체가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것이 90년대 여성운동가들의 얘기다. 그러니 영화에서처럼 남성 스트리퍼들이 뱃살 걱정을 한다고 해서 당장 '말세' 를 운운할 필요는 없는 거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은?

여성이 성적 주체가 되는 경우라곤 전화방이나 호스트 바, 최근의 남성 티켓다방에 이르기까지 하나같이 음성적이고 변태적인 것 뿐이다. 성적 억압의 반작용으로 인한 왜곡된 욕망 표출이 아닌 여성의 건강한 성적 권리에 대한 외침은 언제쯤 들을 수 있을까.

중앙일보/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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