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학교 생화학과 93805017

배 현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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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물리학자와 루게릭병


영국의 천재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이 휠체어에 앉아 표정도 짖지 못하고 말도 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태에서 깊은 사색에 잠겨 있는 모습을 독자들은 기억할 것이다. 이 병은 학문적으로는 근위축성측색경화증이라고 하는 것인데 과거 유명했던 뉴욕 양키즈 팀의 야구선수 루게릭(Lou Gehrig)이 38세의 젊은 나이로 이 병에 걸려 사망한 이후에는 그의 이름을 따서 루게릭병이라 부르고 있다.

인간의 척추뼈 속에는 에서 나오는 중추신경의 긴뿌리가 들어 있는데 이 신경계척수라고 부른다. 이 척수신경계는 뇌의 명령을 받아서 사지의 감각이나 근육운동을 지배하는데, 만일 이 척수가 손상을 받게되면 부위에 따라서 사지의 감각이나 운동이 큰 장애를 받게 된다. 높은 계곡에서 떨어져 목뼈나 척추를 다쳐 사지가 마비된 스키선수의 눈물겨운 투병생활이 간혹 영화의 소재가 되어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려준다. 허리 척추뼈 사이에서 쿠션 역할을 하고 있는 물렁뼈가 튀어나와 척수신경계를 압박할 때도 다리근육이나 감각에 이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질병을 흔히 디스크라고 부른다.

이와 같이 척수신경계는 뇌의 지시를 받아 팔, 다리, 근육의 운동이나 감각을 조절하는 첨병 역할을 한다. 이 척수신경계 중에서 운동신경 세포가 어떤 이유로 서서히 망가지게 되면 지배하고 있는 사지의 근육이 위축되고 마비가 일어나기 때문에 이 루게릭병을 근위축성측색경화증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 병에 걸리게 되면 5년 이내에 사망할 수 있으나 뇌는 침범을 받지 않기 때문에 사색이나 창조적인 활동은 스티븐 호킹 처럼 가능하다. 오히려 말초감각이나 운동의 마비로 내재적인 창조적 활동이 더욱 강화되어 나타나게 되는지도 모른다.

이 병의 원인은 아직 밝혀져 있지 않다. 그러나 최근에 이 병에 걸린 환자에게서 우리 몸 속에 생성된 독물질인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슈퍼옥사이드 디스무타제(sod)라고 하는 제독효소 유전자의 이상이 일부 보도되고 있다. 이 유전자의 결핍으로 우리 몸에 해로운 활성산소가 제때 제거되지 못하여 척수운동신경이 손상을 받을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이 유전자는 노인성 치매의 원인이라고 생각되고 있는 아밀로이드 유전자와 같이 21번째 염색채에 위치하고있다. 즉 21번째 염색채의 이상으로 노인성치매와 루게릭병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만일 앞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비타민E 와 같은 항산화물질(활성산소 억제물질)이 이병의 진행을 완화시키거나 중단시킬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결핍된 유전자를 정상적인 유전자로 대체할 수 있는 정교한 기술이 개발된다면 근원적인 유전자 차원에서의 치료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천재 물리학자가 구상하고 있는 장엄한 우주생성의 원리를 그의 육성을 통해 직접 들을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12.어린이 정신질환



자기만의 성에 갇혀서


유아자폐증은 유아기부터 생길 수 있는 심각한 질환으로 사회성, 언어 및 행동발달의 심각한 장애가 동반되는 전반적인 발달장애 질환이다. 유아기부터 주위 사람에 대해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안아주어도 좋아하는 기색이 없고 돌보아주는 사람에 대해서 전혀 무관심한 것처럼 행동한다. 외부와의 접촉이나 교감을 차단하고 자기 내부세계 속에서만 사는 것처럼 보인다.

외부세계와의 끊임없는 첩촉이나 경험을 통해서 어린아이들은 지적으로 사회적으로 성장해서 비로소 성숙한 인간이 된다. 그러나 유아자폐증 아이들은 뇌기능의 이상으로 인해 이같은 정상적인 성장과정을 거치지 못한다.

이러한 발달장애의 원인은 현재로서는 확실히 알려진 바가 없으나 뇌의 기질적 병변내지는 신경전달물질계의 병변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즉 임신 또는 분만을 전후하여 뇌손상을 받았다는 병력이 일부 발견되고 있으며 뇌염, 선천성 풍진, 선천성 매독, 페닐케톤뇨증 등의 선천성 대사질환 등과 같이 나타나거나 임상적으로 경련성 질환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자폐증 환자의 경우 뇌파나 컴퓨터단층촬영 소견, 양전자방출단층촬영 소견에서 이상이 보고되는 것으로 봐서 뇌에 기질적 병변이 있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나머지 많은 환자들에게서는 이러한 이상소견이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최근에는 뇌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신경전달물질계를 연구하는 쪽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러 신경전달물질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으나 그중에서도 세로토닌계와 엔도르핀계의 장애가 가장 많은 것 같다. 유아자폐증에서 흔히 관찰되고 있는 수면이나 식욕장애, 통증이나 지각장애 등은 세로토닌계엔도르핀계의 장애가 있을 때 나타나는 증세들이다.

특히 최근에는 내인성 모르핀 마약인 엔도르핀계가 사회성발달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연구가 많이 나오고 있다. 중요한 성장시기, 즉 사회성 발달에 중요한 변화가 오는 시기인 사춘기, 젖을 먹이는 기간, 임신기간에는 엔도르핀계가 활성화되어 태아의 뇌에 엔도르핀이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엔도르핀계의 이상으로 엔도르핀의 함량이 계속 증가되어 있으면 유아 자폐증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모르핀 마약에 중독되어 있는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증세가 유아자폐증 증세와 유사하다고 한다. 즉 남들과의 접촉을 피하는 등의 사회적 도태가 나타나며, 통증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지고, 과다 또는 과소운동이 나타나거나 경련발작이 흔히 나타난다는 점이 공통증세로 지적되고 있다.

흔히들 엔도르핀을 웃음과 즐거움을 주는 신비의 물질로 알고 있으나 이와 같이 과도한 엔도르핀은 정신병을 비롯한 유아자폐증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엔도르핀은 양면의 날을 가지고 있는 칼과 같다. 앞으로는 엔도르핀계의 교정을 통해 유아자폐증을 어느 정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Brain Facts


모차르트의 상인은 전염병인가, 투렛병인가


투렛병은 프랑스의 의사 투렛이 1885년에 처음으로 보고한 질환이다. 얼굴을 씰룩거리는 것과 같은 운동동작을 되풀이하거나(이를 tic이라 부름) 종종 추잡한 외설적인 언어를 반복하는 병으로서 대개 7,8세경에 발병한다.

몇 년 전에 상영되어 많은 상을 받았던 [아마데우스]라는 모차르트의 일생을 그린 영화가 있다. 이 영화에서 모차르트가 광적인 행동을 하면서 외설적인 농담을 지껄여대는 것을 독자들은 기억할 것이다. 실제로 모차르트는 때로 참기 어려운 광적인 흥분 속에서 아주 외설적이고 추잡한 말을 자주 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모차르트의 이러한 행동들을 주의깊게 연구한 한 연구보고서는 모차르트는 설사병과 같은 전염병을 앓다가 죽은 것이 아니라 투렛병을 앓다가 죽은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죽은 지 거의 200년이 경과한 지금 모차르트가 무슨 병을 앓았는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인 것 같다.

이 병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져 있지 않지만 뇌에 있는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신경계의 과잉활동이 원인이라는 학설이 가장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군다나 도파민 신경계의 과잉활동이 유전적이라는 사실이 점점 밝혀지고 있다. 앞에서도 여러 번 설명한 바와 같이 도파민 신경계는 고도의 정신기능, 창조적 기능을 담당하는 주체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행동도 관할하는 중추적 신경계다.

도파민 신경계의 조화로운 작용으로 인류문화의 무궁한 창조가 이루어지지만 반면 이 신경계의 파괴로 파킨슨병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창조와 행동의 주체인 도파민 신경세포의 유전적인 과잉활동이 있었던 모차르트는 인류 역사상 어느 누구보다 음악적 천재성을 유감 없이 발휘하여 지금까지도 우리의 심금을 울려주고 있다. 그러나 이 도파민 신경계의 과잉활동이 때때로 그를 외설적이고 추잡한 언어와 광포한 행동을 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이 병은 유전적 소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의 조상을 자세히 조사해보면 이와 유사한 증세를 앓은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병은 현재 과잉활동을 하고 있는 도파민 신경계의 활동을 줄여주는 할로페리돌이라는 약을 투여하면 많이 좋아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차르트의 생존시 현재와 같은 정도로 이 병의 정체가 밝혀졌다면 모차르트는 필시 도파민 신경계를 억제하는 약을 복용하였을 것이고, 그 결과 정상적인 생활을 어느정도 영위할 수 있었겠지만, 어느 누구도 발휘하지 못했던 그의 음악적 천재성은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의학의 발전은 질병치료에는 획기적 공헌을 하지만 때로는 문화창조에 역기능을 나타낼 수도 있는 것이다. 모차르트의 경우에서처럼 한 인간의 불행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무한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역사적 아이러니를 우리는 많이 경험한다.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아이들


씩씩하고 극성맞게 잘 뛰어놀거나 남자답다는 말을 듣거나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자리에 앉아도 안절부절 못하며 몸을 비틀거나 벌떡 일어나는 어린이를 볼 때 우리들은 보통 어린이들은 그렇게 씩씩하게 자라야 되는 것으로 알고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린다. 그러나 자세히 관찰해보면 이런 어린이들은 주의가 산만하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공부에 쉽게 싫증을 내며 매사에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주의력결핍, 과잉운동장애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유아기 때는 수면장애가 있거나 잘 보채고 달래도 안 되며 미소도 잘 짓지 않고, 걷기 시작하면서는 과잉운동, 충동적인 행동이 뚜렷해지며, 학교 갈 나이가 되면 주위 어린이들하고 잘 어울리지 못하고 다른 어린이들을 방해하고 부모의 말을 듣지 않으려고 하고 반항도 잘 한다.

학교에서는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수업시간에 돌아다니거나 수업에 열중하지 못하여 학습장애가 생기게 도니다. 주의력이 부족하여 언어발달이 늦고 글씨를 빼먹고 쓰는 경우가 많아지게 된다. 청소년기가 되면 전체적인 행동은 호전이 되지만, 집중력의 장애는 보통 지속되며 학습장애로 인한 자존심의 저하, 우울증, 대인관계의 장애가 생길 수 있다.

이와 같은 주의력 결핍, 과잉운동장애질환은 학교들어가기 전이나 학교에 들어간 후에 가장 흔히 발견되는 질환의 하나로써 보통 전체 어린이의 3 - 10% 가 이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병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지만 뇌신경 전달물질계의 기질적 손상이 중요한 요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행동을 적절히 조절하거나 제어하는데 중요한 카테콜아민 신경계의 이상이 밀접한 관계가 있으리라고 생각되고 있다. 카테콜아민 신경계를 자극하는 중추신경 흥분제인 메틸 페니데이트가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과잉운동을 나타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증세인데, 과잉운동을 억제하는 중추신경 억제제 대신에 과잉운동을 촉진하는 중추신경 흥분제가 역설적으로 치료에 큰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열치열의 원리가 여기에도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약물치료의 80 - 90% 가 좋은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나 이러한 중추신경 흥분제를 오래 사용할 때는 여러가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앞으로 다른 중추신경계의 흥분효과를 나타내지 않으면서 행동과 주의력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약물개발이 이루어지면 현재 성장기 어린이들의 사회생활에 고통과 좌절을 안겨주고 있는 이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획지적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런 어린이들의 과잉행동에 부모들과 주위사람들이 화를 내기보다는 참을성과 따뜻한 애정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