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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밀도 리포단백질(HDL), 마취제, 뇌와 언어장애, 백혈구, 근육세포, 청각, 수면제, 신경안정제, 만성췌장염, 알코올에 의한 비타민 결핍, 알코올에 의한 간손상, 면역반응, 뇌발달, 식욕중추, 억제성 신경세포

이태백과 슈베르트가 술을 마실 때



술이 우리 몸에 이로운가, 해로운가 하는 문제는 이세상의 어떤 약도 적당량을 적절히 사용할 때는 보약이 될 수 있지만 많은 양을 잘못 사용할 때는 독약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어렵지 않게 답을 구할 수 있다.

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생명수지만 너무 많이 마실 때는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독약이 된다는 사실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마찬가지로 술도 적당량을 먹을 때는 긴장되고 피로한 정신과 육체를 풀어줌으로써 새로운 생활의 활력소와 에너지를 제공해준다는 사실이 약리학적으로 잘 입증되고 있다. 그렇지만 도를 지나쳐 많은 양을 장기적으로 복용하면 알코올의존자가 되어 본인은 물론 가정과 사회에 막대한 폐를 끼친다.

예로부터 어른들은 식사 때마다 반주 한잔을 곁들임으로써 식욕을 돋구고 소화를 촉진시켜 장수를 누릴 수 있다고 해 왔는데, 이것은 의학적으로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다. 이럴 때의 술은 정말 약주도 되고 양명주의 구실도 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적당량의 술은 몸에 이로운 혈액속의 고밀도 리포단백질(HDL)함량을 증가시키고 몸에 해로운 저밀도 리포단백질(LPL)의 함량을 감소시킴으로써 심근경색증이나 협심증과 같은 심장병과 동맥경화증의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알코올 g당 7kcal의 에너지를 내는 음식 역할도 한다. 기진맥진해서 쓰러진 사람에게 술을 먹여 기운을 차리게 하는 것도 이런 효과 때문이다. 그러나 알코올에는 여러가지 필수영양소가 없기 때문에 알코올 섭취를 통해 전적으로 에너지를 얻으려고 하다가는 여러 가지 질병을 얻을 수 있다.

알코올은 우리 신체의 장기 가운데 뇌신경계에 가장 뚜렷한 약리학적 효과를 나타낸다. 근본적으로 알코올의 작용은 마취제와 비슷하다. 적은 양을 섭취할 때는 뇌의 억제성 신경계가 먼저 마취됨으로써, 억제되었던 사고나 행동이 풀려서 나타나게 된다.

옛날 이태백이 한잔 술을 마시면서 좋은 시상을 떠올려 명시를 남겼던 일이나 한 손으로 포도주를 마시면서 악상을 오선지에 옮겼던 슈베르트의 경우는 술의 이러한 효과를 잘 이용한 예이며, 난폭한 행동을 하여 주위에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는 이러한 효과를 나쁘게 표출한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많은 양의 술은 억제성 신경세포뿐만 아니라 자극성 신경세포까지 모두 마취시킨다. 옛날 서부 개척시대에 몸에 박힌 총알을 빼내기 위해 사용했던 가장 흔한 마취제가 독한 술이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인간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물질

알코올은 고대로부터 즐거움을 주는 물질, 인간의 행동변화를 초래하는 물질로 알려져 왔다.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일 받는 사회적 스트레스를 잊기 위해, 축제 분위기를 고취시키기 위해 인류는 고대로부터 술을 즐겨 마셔 왔다.

한잔의 술이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일으키기도, 해결하기도 하였으며 개인의 행복과 불행을 좌우하기도 하였을 뿐 아니라 인류문화 창조에 긍정적인 기여를 한 것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것처럼 도를 지나쳐 계속 마시게 되면 자아가 마취되어 심각한 정신적, 신체적 장애가 나타날 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이 엉망이 된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성인에게 정신장애를 일으키는 원인 가운데 노인성치매 다음으로 많은 것이 알코올에 의한 만성적인 뇌손상이다. 즉 뇌가 위축되고 신경세포의 기능이 많이 떨어져서 사고능력 및 기억력이 감소할 뿐 아니라 언어장애, 성격장애도 나타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노망이 일찍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비록 정신장애가 없다 하더라도 알코올의존자의 뇌특수촬영에서는 이상소견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알코올은 노르아드레날린 신경전달물질이 신경세포로부터 유리되는 것을 억제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이 신경전달물질의 감소로 우울증이 발생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만성적 알코올 섭취는 우울증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 뇌에서 흥분을 억제시켜 경련발작을 억누를 수 있는 GABA 신경전달물질계를 억제시킴으로써 가끔 만성 알코올 섭취자에게서 경련발작을 볼 수 있다. 같은 이유로 억눌렸던 욕구불만이 쉽게 터질 수 있으며 잘 제어되지 않는 난폭한 행동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1시간에 한두 잔 마시는 술도 섬세한 기술을 요하는 행동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하루 일이 끝난 다음에 마시는 약간의 술은 종일 시달렸던 몸과 마음의 피로와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도 하지만, 피로할 때 마시는 술은 특히 운전과 같은 섬세한 기술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피곤할 때는 술보다는 휴식이 활력소가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피곤할 때는 뇌신경세포의 활동성이 낮기 때문에 적은 양의 알코올로도 뇌신경세포는 활동성과 반응성이 더욱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피곤하지 않을 때보다 알코올에 의해 뇌신경세포는 더욱 쉽게 마취되어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술을 마실 때 담배를 같이 피우는 경우가 많다. 술만을 마실 때보다 청각기능에 더 큰 장애가 올 수 있다는 것을 최근의 연구결과들이 밝혀내고 있다. 또한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술도 일종의 마취제이므로 신경세포의 활동성을 떨어뜨리는 신경안정제나 수면제를 술과 같이 복용할 때는 그 효과가 항진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평소 신경안정제를 많이 복용하던 사람이술에 만취될 경우 생명중추의 마비로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이 갑자기 구토와 심한 복통을 호소하는 경우 만성췌장염의 가능성도 생각해봐야 한다. 미국에서의 통계에 의하면 만성췌장염 환자의 75%는 중등도 이상의 알코올의존자라는 통계도 나와 있다.

오랫동안 폭음을 한 사람에게서 가끔 숨이 차고 발목 관절부위가 붓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알코올이 심장근육을 손상시킨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때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해보면 심장 근육세포에 퇴행성 변화가 나타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가 아주 심하지 않을 때는 5년 이상 술을 끊으면 회복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에 평소 술을 절도 있게 마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근육에 대한 알코올의 효과는 심장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신근육을 약화시킬 수 있고 근육통이나 근육의 경련도 비교적 흔하게 일으키며 위장관위 평활근 수축으로 설사나 복통등도 동반할 수 있다.

술을 오랜 기간 자주 마신 사람은 가끔 어지럽고 머리가 띵하며 주의집중이 잘 안 되는 경우를 경험한다. 이러한 증세들은 알코올에 의한 비타민 결핍과 간손상으로 인한 지방대사 변화가 빈혈 발생의 주원인으로 생각되고 있으며, 이때 거대적혈구가 혈액 내에서 많이 발견된다. 이 거대적혈구는 알코올의존자를 알아내는 방법으로 자주 이용되고 있다. 따라서 빈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영양보충을 해야 할 것이며 간손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술을 마시지 말고 간이 어느 정도 지방간에서 회복될 수 있도록 간격을 두고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또한 알코올은 면역반응과 생체의 방어기전에 중요한 백혈구수도 감소시키기 때문에 각종 감염성 질환을 일으킨다. 감기에 걸렸을 때 술을 마시는 것은 저항력이 감소될 수 있기 때문에 현명한 일이라 할 수 없다. 생체저항력을 증가시키는 데는 휴식이 최선이다.

태반을 그대로 통과하는 알코올

옛날부터 임신한 순간부터 정숙한 마음과 청결한 몸을 가짐으로써 튼튼하고 영리한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산모는 탯줄을 통하여 끊임없이 태아의 뇌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좋은 태교를 통하여 좋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임산부가 마시는 술은 탯줄의 혈액을 통하여 태아의 발육과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알코올은 어떤 물질보다 태반을 잘 통과하기 때문에 태아의 뇌세포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산모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실 경우 세 가지의 중요한 장애가 나타난다. 첫째 출생 전후 성장장애가 나타나며, 둘째 지능저하나 행동장애와 같은 중추신경계 이상증세가 나타나며, 셋째 머리가 작거나 얼굴이 납작하다든가 하는 얼굴과 머리 모양의 기형이 나타난다.

이러한 증후군을 태아알코올증후군이라 부른다. 어떤 연구에서는 하루에 한두 잔 정도의 소량으로서도 신생아의 체중이 감소하고 자연유산이 증가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또한 서유럽에서 가장 흔한 지능저하나 기형을 일으키는 원인이 음주라는 통계도 나와 있다.

최근의 추정에 의하면 선진국에서 1000명당 2,3명의 신생아가 태아알코올증후군을 나타내며 알코올과 관계된 출산장애까지 포함하면 전체 출산장애의 약 5%가 알코올과 관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상의 설명에서 볼 수 있듯이 임신 중에 여성이 술을 반복해서 마시면 비록 양이 적다 하더라도 태아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사람에 대한 관찰 결과뿐 아니라 동물실험에서도 알코올 섭취가 심각한 장애를 초래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하루 한두 잔의 술을 임신한 쥐에 투여하면 태아알코올증후군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얼굴 모양의 기형이 나타난다. 출생시 체중이 감소되는 것도 뚜렷한 현상이며 지능저하와 중추신경장애가 동반되는 것도 비교적 흔하다.

따라서 수많은 동물실험과 인간에 대한 관찰로 볼 때 임산부가 술을 마시는 것은 절대로 좋지 않다. 산모가 술을 마시게 되는 정신상태와 마음가짐이 태아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알코올 자체가 태아에 직접 독작용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