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넓고 무한한 소우주
20세기 과학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획기적으로 발전했다. 상상과 만화 속에서만 꿈꾸어오던 달나라에 인간은 처음으로 발을 내딛게 되었다. 인간의 사고는 이제 본격적으로 지구를 벗어나 무한한 우주를 향해 끝없는 항해를 하게 되었으며, 더욱 다양한 창조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창조는 인간만이 지니고 있는 고유한 기능이며,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서 다른 동물과 확실히 구별되는 점이다. 끝없이 펼쳐 져 있는 우주를 포용할 수 있는 이런 창조적 정신기능은 바로 인간의 에서 나온다. 뇌는 인간활동의 전영역을 관찰하는 통제센 터로서 인식, 사고, 판단 등의 의식활동과 감정, 행동 그리고 더 나아가 고차적 정신세계까지도 담당한다. 이성, 지성, 인격의 주체는 누구인가. 나아가서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가. 이와 같은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대답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인간의 신체 가운데서 뇌가 인간의 특성을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뇌 없이 인간의 고귀한 사상과 마음이 있을 수 있겠는가.

뇌는 우리 몸무게의 2∼2.5%, 신문지 한 장 정도의 표면적과 한 되 정도의 부피밖에 차지하고 있지 못하지만 무궁무진한 창조 력과 상상력은 능히 우주보다 넓고 광대하다고 할 수 있다. 흔히 표현되고 있듯이 마음이 결코 가슴이나 심장에 있지 않다는 것 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눈이나 귀, 코, 손은 외계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입구일 뿐이다.

신경세포신경섬유로 구성된 '생물학적 존재' 이면서 고도의 정신활동까지 총괄하는 뇌는 소우주라고 할 정도로 복잡하다. 따라서 뇌의 연구는 우주연구에 비길 정도로 어렵고 끝이없다. 앞으로의 세기에는 크게 두 가지 문제가 과학적 과제로 대두할 것 으로 생각된다. 그 하나는 우주의 신비를 밝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내우주(內宇宙)인 인간 뇌의 신비를 밝히는 것이다.

최근 과학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움직임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것 중의 하나는 미국 상하양원 101차 합동회의에서 1990∼2000년을 '뇌의 10년'으로 정하는 법안이 통과되고 부시 대통령이 서명함으로써 뇌연구에 역사적인 전환점이 마련되었다는 사실이다. 전체 과학분야에서 '10년'으로 명명되는 법안이 통과된 것은 뇌가 처음이다.

또한 1987년 베네치아에서 열린 서방 선진 7개국 정상회담에서 '인간 첨단과학 프로그램'이 채택되어 1990년부터 막대한 연구 비가 투입되어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 프로그램 역시 뇌의 신비를 밝히는 것이 주목적이다. 광활한 우주의 신비를 밝히려는 우주연구와 우주 전체보다 더 넓고 무한한 창조력을 가진 뇌의 신비를 밝히려는 뇌연구는 생명의 신비를 밝히는 일뿐만 아니라 미래의 산업혁명을 일으킬 신경컴퓨터, 인간로봇 개발 등에 중요한 공헌을 하기 때문에 선진 국에서는 21세기를 대비한 이러한 움직임이 태동되고 있다. 뇌를 정복하는 날 인간정체(identity)의 전모가 밝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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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움직이기 위해서는 뇌가 있어야


뇌의 무게는 고래가 8000g, 코끼리가 5000g, 공룡이 70g, 인간은 1500g 가량된다. 체중과의 비율은 고래와 코끼리는 2000분의 1, 유인원은 100분의 1, 공룡은 2만분의 1인데 비해 인간은 약 40분의 1로 모든 동물 가운데 인간의 뇌가 전체 체중에서 차지하 는 비중이 가장 높다. 바닷속에 살고 있는 원시적인 동물인 산호에는 신경과 근육이 거의 없으며, 해삼 해파리같은 강장동물에는 움직이는 기구인 근 육 바로 옆에 이를 제어 조절하는 원시적 신경이 나타난다. 더욱더 복잡한 운동을 필요로 하는 낙지 오징어 조개같은 연체동물과 절족동물 등의 무척추동물에는 신경이 움직이는 근육 사이에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몸의 여러 곳에 수만 개씩 모여서 신경절이라 는 신경세포의 집합체(작은 뇌)를 형성한다. 다시 말해서 머리 꼭대기에 뇌가 있는 것이 아니라 몸의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

척추동물에 이르러서 몸의 여러 곳에 흩어져 있던 신경절이 등과 머리 쪽으로 모여서 일사불란한 중추조절기관인 뇌를 형성하 게 된다. 고도의 운동과 감각기능을 적절하게 조절하고 제어하기 위해서는 조절센터가 몸의 여러 곳에 분산되어서는 효과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머리부위 한 곳으로 모이게 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뇌다. 이와 같이 뇌는 척추동물처럼 진화가 상당히 고등한 단계에 도달했을 때에서야 생겨났고, 진화가 진행될수록 더 커지게 되었 다. 다시 말해서 우리 신체기관 중에서 가장 멋없게 큰 부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뇌이며, 이렇게 큰 인간의 두뇌는 생존을 위 한 운동, 감각의 제어와 조절이라는 원래의 역할 이외에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정신, 마음, 인식이라는 고도의 정신기능을 창출 하게 되었다.

신체의 곳곳에 흩어져 있던 신경세포의 집단(신경절)이 등쪽 척추뼈 속에 모여 척수라고 하는 긴 꼬리 모양의 중추신경계를 형성한다. 이 척수의 가장 앞부분과 윗부분이 더욱 커지고 팽창하여 본격적인 뇌를 형성하게 된다. 어류의 노는 아주 작고 척수 가 크다. 어류는 척수의 발달 덕분에 바다를 제패하게 되었다. 뭍과 물의 양쪽에서 모두 살 수 있는 양서류나 파충류로 올라감에 따라 척수보다 뇌가 더욱 발달한다. 땅에서만 사는 척추동물에서는 뇌중 가장 앞쪽과 위쪽 부분의 뇌인 대뇌가 더욱 커지고 발달하게 되며, 사람에 이르러서는 이 대뇌부위가 극도로 커져서 찬란한 문화를 창조하게 되고 결국 지구를 제패하게 되었다.

다른 동물과 인간을 구분짓는 결정적인 것은 오로지 대뇌의 발달이다. 우리들의 선조인 유인원은 식량을 구하기 위해 숲속생 활에서 벗어나 서서히 들판과 숲을 왕래하게 되었다. 들판으로 나온 유인원은 나무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두 다리를 이용하여 걸어야만 했다. 하지만 직립보행을 하게 된 덕분에 손이 놀게 되자 다른 곳에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물건 을 쥐는 따위의 섬세한 동작은 뇌에 자극을 주어 뇌를 발달시켰다. 뇌가 발달하자 사고를 하거나 도구를 만들어 사용 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더욱 뇌를 크게 만들었다. 그 결과 우리들 선조의 뇌는 더욱 복잡해지고 쾌감을 느끼는 정도도 더욱 발달되었다.
인간의 대뇌가 공룡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면 다른 동물이 인간 위에서 이 세상을 지배했을 것이다. 즉 대뇌부위의 발달이 세계의 재패와 문화발달의 정도를 결정한 것이다. 호모사피엔스(Homo Sapiens, 이성적 동물), 호모로켄스(Homo Loquens, 언어적 동물), 호모포리티쿠스(Homo Politicus, 정치적 동물)라는 말도 인간의 대뇌기능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Brain Fa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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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뇌가 곧 나며 내가 곧 뇌다


매일 우리와는 별개로 일어나고 있는 거의 모든 현실은 우리가 그 실체를 제대로 인식하고 파악할 때에만 참모습으로 다가온다 . 이러한 현실세계의 실체를 인식하고 파악하는 것은 전적으로 뇌의 기능에 속한다. 뇌가 살아서 작동하는 한 우리는 이 우주의 모든 것을 제대로 인식하고 탐구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의 노가 비록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것이라해도 존재하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에게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된다. 또한 어떤 사람의 뇌가 현실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때 그것은 그에게 존재 의 의가 있게 된다. 사고나 전쟁에서 한쪽 다리를 잃은 사람이 마치 다리가 다시 붙어 있는 것과 같은 감각을 느끼거나 다리에 벌레 가 기어가는 것과 같은 간지러움을 경험하는 일이 있다. 이와 반대로 뇌졸증과 같은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한쪽 다리가 멀쩡 하게 붙어 있는데도 없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이와같이 내가 생생한 현실을 체험하거나 못하거나 하는 것은 나의 뇌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지 현실 세계 속의 존재 여부와는 관계가 없다. 그래서 삶의 모든 현상들은 순간순간 뇌에서 일어나고 있는 생물학적 과정에 불과하며 인 간의 정신과 육체는 독립적인 실체가 아니라 하나라고 하는 일원론 또는 유물론이 정신과 육체가 서로 독립되어 다른 존재 양식 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이원론보다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뇌사나 식물인간의 경우에서 보는 것처럼 뇌가 죽으면 인간으로서의 존재가치가 상실되고 어떤 정신기능이나 마음이 창출될 수 없기 때문에 뇌는 생과 사, 인간과 다른 생물을 구분짓는 유일한 가치기준이 되고 있다. 우리의 정신과 마음, 행동, 성격이 뇌로부터 나온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뇌신경세포를 다른 사람의 뇌에 이식하면 그 사람의 정신과 마음이 반영될 수 있느가 없는가 하는 문제, 즉 뇌신경세로를 기 증한 사람의 정신과 마음이 그것을 받은 사람의 정신과 마음에 스며들어서 서로 싸우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문제는 간단하지 않 다. 그러나 뇌가 그 사람의 특성을 결정해주는 유일한 장기이기 때문에 이식한 뇌의 특성이 그 사람에게도 상당부분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로보캅이라는 영화에서 경관의 뇌를 이식받은 로보캅이 그 경관의 옛날 일을 회상하고 그의 감정 을 어느 정도 표출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즉 뇌가 곧 나이며, 내가 곧 뇌인 것이다.

정신과 마음은 무엇이며 어떻게 다른가. 정신은 집단의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궁극의 원리로서 집단적이고 객관적인 반면 마음 은 개개의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정서적이고 감정적인 측면에서의 차원높은 원리로서 정서적이고 감정적이며 개인적인면을 말한 다. 마음 따뜻하고 부드럽다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정신은 창조와 고등 정신기능을 관할하는 대뇌 신피질부의 신경세포 활동으로 나오지만 마음은 이 신피질부의 활동과 감정을 조절하는 고피질부의 활동이 첨가되어 나온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인식이나 인지(認知)를 연구하는 인지과학이 새로 태동되어 신경계를 연구하는 신경과학과 같이 발전하고 있다. 신경과 학은 인간의 정신과 마음을 구성하는 하드웨어인 뇌의 구조와 소프트웨어인 화학, 생물학 및 행동특성을 연구하는 반면 인지과학 은 인간의 정신과 마음을 구성하는 기능적 측면인 소프트웨어 쪽만을 주고 연구하는 학문이다.

매일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과정들을 뇌신경세포는 특유한 방식으로 수집하여 중추로 전달하고 중추에서는 이를 신경세포회 로망 속에 새겨넣어 적절한 변형과정을 거친 다음 표상으로 나타낸다. 여기에 병렬연결 방식을 가진 신경컴퓨터를 개발하여 한 단계 위에서 검토하고 판단함으로써 인간과 같은 지적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의 실현이 현재 이루어지고 있다.

앞으로 신경과학의 발전으로 인지과학, 신경컴퓨터, 인공지능 분야는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것이며 나아가서 인간을 닮은 인조 인간을 어느정도는 제조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 뇌의 기능을 가진 인조인간의 개발은 인간의 정체성 및 윤리에 크나큰 변혁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뇌에 관한 인간의 지식이 깊어질수록 인문사회과학, 자연과학, 나아가서 산업계 전반에 걸쳐 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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