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인체의 최고사령부
대뇌피질은 대뇌반구 표면의 회백질로, 두께가 평균 2.5 밀리미터, 표면적이 2300 제곱 센티미터 가량으로 신문지 한장 넓이다. 용적은 550 세제곱 센티미터 정도로서 그 속에 들어있는 신경세포 수는 대략 150억개로 추정된다. 대뇌피질은 편의상 전두엽, 두정엽, 후두엽, 측두엽으로 크게 나눈다. 이 밖에 대뇌반구 속에는 먹는 배처럼 생긴 이상엽 그리고 뇌척수액이 돌아다니는 측뇌실의 밑변에는 해마 모양을 한 해마(海馬)등이 있는데, 이들을 통틀어 변연엽이라 한다.

대뇌피질은 여섯 층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는데, 계통발생상 오래된 변연엽을 고피질이라 하고, 나머지 대뇌피질은 비교적 늦게 발달되었기 때문에 신피질이라 한다. 신피질에서 볼 수 있는 주요한 신경세포는 원추 모양의 추체세포와 과립 모양의 과립세포이며 그 첨단부에서 피질표면으로 향하여 첨단수상돌기가 나오고, 기저부에서 피질 아래로 축삭돌기가 뻗어 있다.

이와 같이 대뇌피질은 수평으로 나란히 배열된 세포층이 중첩된 구조이지만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축삭돌기의 방향은 수직으로 뻗어 있어 수평으로의 신경세포 연결은 제1층 분자층을 제외하면 미약하다. 따라서 왕래는 주로 수직방향이며 수평으로의 흥분전도는 드물다. 그래서 대뇌피질은 수직방향으로 연결된 신경세포 기둥이라 하겠다. 대뇌피질부는 아래에서 올라온 흥분을 최종 집합하여 명령을 수직방향으로 내려보내 적절한 행동을 하게 되어 있다. 우리 몸의 감각을 관할하는 중추부위는 브로드만 영역 1, 2, 3이고, 미각은 영역 43, 시각은 영역 17, 청각은 영역 41, 42이며, 운동을 관할하는 뇌중추부위는 영역 4, 6이며, 언어영역은 44, 45다. 주변부에 있는 연합영역이 이와 같은 고등기능을 보조하고 있다.

운동영역은 전두엽과 두정엽을 분리하는 중앙고리인 중심구의 바로 앞에 있다. 근운동에 영향을 미치는 피질하구조로 뇌의 가운데에 기저핵이 있다. 소뇌는 앞에서 말한 운동피질, 기저핵과 긴밀한 연락을 가지며 근운동의 정밀조정 역할을 한다.이 영역은 신체의 반대쪽 반신이 표시되어 있으며 신체 상부의 근육은 운동영역 아랫부분이 지배하고 신체 하부의 근육은 운동영역 윗부분이 지배한다. 즉 상하좌우가 뒤바뀌어 있다.

운동피질의 면적은 근육의 크기보다 운동의 정밀도와 복잡성에 따라 결정된다. 즉 몸통보다 손, 입, 혀 등 세밀하고 정교한 운동에 관여하는 부위가 특히 넓은 자리를 차지한다. 이것은 인간이 손을 놀리며 일하고 입으로 말하며 생활하기 때문이다. 인간 생활에서 근운동은 입을 중심으로 하는 말하기와 손을 중심으로 하는 작업이 주이기 때문에 이곳을 지배하는 대뇌피질 면적이 넓어진 것이다.한쪽의 운동영역이 파괴되면 반대쪽의 근마비가 오게 된다. 감각영역은 운동영역 중앙고랑인 중심구 뒤쪽, 즉 바로 뒤에 있는 후중심회전부위에 있다.

운동영역과 마찬가지로 감각영역도 감각이 정밀한 손, 입 등은 넓게 표시되고 감각이 둔한 몸통부위는 좁게 표시되어 있다. 중풍으로 한쪽 뇌혈관이 파열되거나 뇌혈관이 막히면 반대쪽 근운동이 마비되거나 감각이 마비된다. 양쪽 운동과 감각영역 모두가 침범되면 전신불구가 되며 한쪽이 전부 침범되면 반신불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극히 일부분이 침범되면 마비증세가 미약하여 잘 못 느낄 수도 있다.

청각영역은 측두엽에 위치하고 있다. 한쪽 청각영역의 장애가 있어도 난청이 오지 않는 것은 양쪽 청각영역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각영역은 머리 뒤쪽의 후두엽에 있다. 망막에서 시작된 시각 구심흥분은 시신경과 시각을 거쳐 몇 차례 뉴런을 교체하여 시각영역에 들어온다. 시각전도로가 파괴되면 시각장애자가 된다. 머리 뒤쪽을 심하게 다치면 물체를 볼 수 있는 전도로는 손상을 받지 않지만 물체를 종합적으로 의식하여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지게 된다.

대뇌피질에는 기이하게도 통각의 느낌과 연관된 영역이 없다. 대뇌피질은 어떤 영역을 자극하거나 절단 혹은 절제하여도 아무런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 통각은 일차적으로 뇌의 한가운데에 있는 뇌의 미분화된 영역인 시상에서 느껴지며 여기서 다듬어지지 않은 막연한 아픔이 의식에 떠오르면 대뇌피질이 아픔의 소재를 밝혀주는 듯이 보인다.

대뇌피질의 운동영역과 감각영역을 제외한 나머지 넓은 피질영역에서는 인식, 판단, 사고, 기억, 학습 등의 고등 정신기능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대뇌피질의 모든 영역을 이 기능과 결부시켜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할 수 있다. 운동영역의 신경세포에서 의식적 근운동의 명령이 시발된다고 하여 흔히 운동영역을 운동중추라 한다. 그러나 사실 운동영역만으로 수의운동이 이루어질 수는 없다. 운동영역 신경세포는 아래로부터 흥분을 받아 아래로 흥분을 전달할 뿐 수의운동이 여기서 시작된다고 볼 수는 없다. 즉 수의적 흥분을 아래로 전달하는 1차 운동중추의 구실을 할 뿐이다.

이 관계는 감각영역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1차 감각영역은 감각을 의식하는 데 직접 관여하지는 않는다. 다만 구심흥분을 더욱 고위 감각중추에 전달하기 위한 중계소 구실을 한다. 그러므로 의식적 지각과 이에 대한 이해, 인식을 담당하는 뇌영역은 따로 있다고 보아야 한다.

바로 이들 수의운동의 구성과 감각의 인식기능을 담당하는 부위가 연합영역에 있으리라 믿어진다. 앞에서 말한 운동영역과 감각영역에 속하는 부분을 제외한 대뇌피질에는 아직도 넓은 영역이 남아 있다. 이 영역이 바로 연합영역으로서 동물이 발달할수록 연합영역 면적이 넓어지게 된다. 연합영역의 발달 정도가 고등 뇌기능의 발달 정도와 비례하며 문화발달 정도를 결정한다고 할 수 있다. 인간보다 연합영역이 더 발달한 동물이 있다면 인간보다 우위에 서서 우주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Brain Fa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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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시각을 통한 뇌의 외부세계와의 대화


뇌가 어떻게 바깥세계에 대한 지식을 획득하는가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뇌가 위대한 것은 우리가 보는 물체가 다른 조건에 있다 하더라도 그 대상을 정확히 판별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가령 조명조건이 다르면 물체의 표면에서 반사되는 빛의 파장이 변하지만, 뇌는 그것의 색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손짓을 해가면서 말하는 사람 손의 망막상은 순간순간 변하지만 뇌는 일관되게 그 망막상을 손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거리가 달라지면 물체의 망막상도 달라지지만 뇌는 그 대상의 진짜 크기를 알 수가 있다.

이와 같이 뇌는 쉴새없이 변화하는 시각정보의 홍수 속에서 대상의 보편적인 특징을 추출해내고 동시에 그에 대한 해석도 한다. 해석은 시각과 같은 감각과는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진다. 눈앞에 있는 것이 무엇이라는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뇌는 망막에 비친 대상을 단순히 분석할 뿐 아니라 그 분석에 기초해 시각세계를 뇌 속에 적극적으로 조립해내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뇌는 이 목적을 위해 정교한 신경기구를 만들어 냈다.

눈은 삼라만상의 모습을 망막에 맺게 하여 앞을 보는 매우 정교한 장기다. 눈을 카메라에 견줄 수는 없겠지만, 눈과 카메라는 광학적으로 유사한 점이 많다. 앞에는 빛의 통로인 각막과 수정체가 있고, 안구의 외벽을 구성하는 공막이 있으며, 공막 안쪽에는 혈관성 맥락막과 망막이 있다. 뇌신경계는 시각을 처리하는 데 분업체계를 갖추고 있다.

즉 대뇌피질이나 하부신경계에는 시각대상을 형태, 색, 운동 등으로 나누어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영역이 있다. 머리 뒤쪽 후두엽에 있는 시각피질은 시각을 관할하는 중추이며, 이 부위는 기능에 따라 다섯 개의 영역으로 나뉘는데, 각각 형태, 색깔, 운동성분을 구별한다. 후두엽 바깥쪽 부위는 운동성분을 취급하는 부위로서 여기가 손상을 입으면 물체가 정지해 있을 때는 볼 수 있으나 움직일 때는 볼 수 없다. 후두엽 안쪽은 색과 형태를 구분하는 부분으로 손상을 입으면 색맹이 된다.

이 영역의 신경세포들은 서로 결합하여 대규모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이 네트워크는 각기 따로 처리된 화상신호를 통합하고 외부의 지식을 얻는 데 관여하고 있다. 전에는 '보는' 처리와 '이해하는' 처리를 담당하는 대뇌피질이 다른 위치에 있다고 여겼으나 지금은 복잡하게 상호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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