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과 마약




중국의 황하 문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4대문명의 발상지는 서쪽에서부터 순차적으로 이집트 문명, 메소포타미아 문명,인더스 문명인데 한마디로 말하면, 해마다 범람을 되풀이하는 큰강과 기름진 대지에 의하여 문명이 창조되었다는 것이지금까지의 역사적인 해석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들 3개 지역은 2차세계대전 이후의 세계에서 다시 지구의 화약고라고 일컬어지는, 피로 얼룩진 역사가이어져 온 민족분쟁과 종교항쟁의 도가니이기도 했던 것이다.

고대 이집트 문명 발상지는 조금 멀리는 아랍연합(현 이집트)과 이스라엘의 양군이 시나이 반도의 영유를 둘러싸고 일대 탱크전을 전개하여, 미소 양대국의 신병기 실험장이라고도 지칭도었던 곳이다. 또 시리아와 이스라엘이 베카 고원을 불모의 땅으로 만들 것 같은 격전을 지칠 줄 모르고 전개했던 땅이기도 하다.

한편,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상지역이면서 같은 이슬람세계에 속하는 이란과 이라크가 '지하드(성전)'라는 이름 아래서서로의 피를 씻는 종교전쟁의 수렁으로 빠져든 일은 기억에 새로운 일이다. 또한 최근에는 아랍의 히틀러라고 서방제국에서일컬어지고 있는 후세인 대통령에 의해 이라크가 동서 데탕트에 찬물을 끼얹듯이 쿠웨이트 침공을 감행했다.

그리고 현재의 인도,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까지 걸쳐 있었던 인더스 문명 역시, 그 후예들이 걸은 길은 앞에서 든 것과거의 같은 상황이었다. 종교전쟁, 국경분쟁, 이민족의 대량살륙....

어째서 문명의 말로란 이토록 애잔한 것일까?

문명이 창조된 이래 대량의 유혈로 채색되어 온 이들 지역은 또 하나의 공통된 사실에 의하여 특징지어질 수가 있다.그리고 이 사실이야말로 지구상에서 인류에게 밖에는 없었던 문명의 창조라는 사실과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는것인지도 모르는 것이다.

이야기하기 거북한 말이니만큼 차라리 확실하게 해두자. 사실 이들 지역은 모두 문명의 발생 이전부터 현재에 이르기 까지세계에서도 유수한, 마약, 특히 아편의 원료가 되는 양귀비와 대마(마리화나)로 대표되는 환각식물의 산지였던 것이다.

세계의 양귀비의 주요한 재배지가 옛날의 3대 문명권에 집중되어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북부의 파미르 고원지대,파키스탄에서는 인더스 문명의 유적으로서 알려져 잇는 모헨 조다로에 가까운 키르타르 산맥의 산기슭이 그곳이다.

또 세계 최대의 합법적인 아편 공급국인 인도에서는 북서부의 캐시미르 부근이 주요한 산지로 되어 있고, 시리아와터키의 국격 부근에서도 재배되고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밖에는 동남아시아의 라오스, 태국, 미얀마 3국이 접하는'황금의 삼각지대'라고 불리는 지역 정도일 뿐이다. 그리고 레바논의 베카 고원은 세계에서도 유수한 양귀비와 대마의생산지여서, 재배지가 강력한 팔레스타인 부대에 의하여 경비.방어되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로 되어 있다.

물론 이러한 부합은 단순한 우연의 일치에 지나지 않을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물학적 존재로서 인간이 단순히생존을 하기 위해서라면 필요하지 않았던 문명을 창조한 배경에 마약을 비롯한 각종의 약물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었을가능성을 추정해 보는 일은 그렇게 당치 않은 일은 아닐 것이다. 아니 오히려 역사적 사실은 분명히 그런 방향성을가리키고 있다고까지 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모헨 조다로를 비롯한 인더스 문명의 유적에서는 '티롬'이라고 불리는, 대마를 흡연하는 도구가 수없이발굴되어 있다. 대마는 '천국으로의 안내자', '슬픔의 위안물'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던 환각식물의 일종이다. 또 고대의이집트와 아라비아에서도 대마를 찌거나 태우거나 하여서 발생하는 증기를 흡인하여 아픔을 완화시켰다고 하는 것이다.아편에 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가 있다. 기원전 15세기경의 이집트 최고의 의약서인 [에벨스 파피루스]에는 아편이상처치료와 이이들이 밤에 우는 것을 방지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기술되어 있다. 기원전 9세기경, 음유시인이라고 일컬어지는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에도 제우스의 딸이 이집트로 부터 마약을 증여받는다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아메리카 대륙을 살펴보자. 여기에도 4대 문명보다 새롭다고 할만한, 완전히 독자적으로 고도한 발달을 이룩한 문명이존재한다. 멕시코의 마야문명, 안데스 산맥을 따라서 발달한 나즈카 문명, 잉카 문명등이 그것이다.

마야문명은 환각성이 잇는 버섯과 선인장이 사회적인 통일을 꾀하는 정치적, 종교적 의례에 이용된 것으로알려져 있다. 거대한 지상 회화로 알려진 나즈카 문명과 표고 2,400미터나 되는 산정에 300톤 이상이나 되는 큰 돌을끌어올려 면도칼 하나 들어갈 틈도없는 거대한 성곽을 건설한 잉카 문명. 거의 기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들 문명 창조의수수께끼 속에는 바로 안데스 산맥에 자생하는 코카 잎(코카인의 원료)의 영향이 있었음을 엿볼 수가 있다.

현재의 역사학에서는 잉카의 기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건축물을 코카 잎의 향정신작용을 제외시키고는 생각될 수 없는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남미의 인디오들은 근대 과학이 그 주성분의 분석에 성공하기 훨씬 전부터 코카 잎이 가지고 있는,정신을 각성시키고 근육의 활동성을 높이며 다행감을 가져다 주는 작용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 같은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 본다면 인류는 문명을 창조한 그 시원의 시점에서부터 마약을 비롯한 온갖 약물과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은 거의 틀림없는 것 같다. 고통과 대상, 고통과 쾌감---이것이야말로 마약과 각성제의문제가 거느리고 있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천연적으로 존재하던 마약을 비롯한 온갖 약물이 가져다 주는 향정신작용을 이용하고 다스림으로써 인간은 자신의 창조성을 확대시켜 문화.문명을 구축해 왔다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사실은 많은 사람들에게 의외로생각될는지도 모른다. 혹은 부정하고 싶어지는 사실일는지도 모른다. 이른바 인간의 지혜야말로 문명을 창조한 원천이라고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세기말을 맞이한 현재, 인류가 창조한 문명은 마약문제로 인하여 크게 혼란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만약에 지금까지 본 것처럼 마약을 비롯한 약물이 문명 창조에 중대한 계기를 부여해온 것이 사실이라면, 문명의 종언 역시 같은 것을계기로 삼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마약과 문명, 이들 양자의 상호관계의 운명을 점치게 하는 요점이야말로 '뇌'이다. 간략히 말한다면 문명이란 잡다한뇌내현상의 결과로서 초래된 것이라는 말이다. 이것은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떠들썩한 '뇌사'의 문제가 등장하는 것이다. 인간의 존재를 시원적이고 최후적으로 좌우하는 것----이것이 바로 뇌다.이 뇌의 작용에 가장 영향을 주는 것은 마약을 비롯한 어떤 종류의 약물이다.

서론으로
한국신경과학소식으로


Reference: 마약.뇌.문명, 오오키 고오스케 지음, 박희준 옮김, 정신세계사, 199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