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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 게 재 일 : 1998년 05월 20일 26 面(10 版)
▶ 글 쓴 이 : 이지영
[마약 유혹]중독실태와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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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이 실업.경기침체등 우울한 사회현실을 틈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자영업자에서 주부에 이르기까지 현실도피수단으로 마약을 선택하는 이들이 적지않다.4월까지 검거된 마약사범만도 1천9백64명.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천6백56명에 비해 19%나 늘었다. '독도 되고 약도 되는' 마약의 세계를 해부한다.

"집에 혼자 누워있으면 히로뽕 생각이 간절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습니다. 이 충동을 이겨낼 수 있을 때까지 차라리 교도소에서 지내고 싶습니다. " 박정희 전대통령의 외아들 지만 (40) 씨. 그가 2년전 히로뽕 상습투약으로 네번째 경찰에 붙잡혔을때 제발 교도소에 보내달라며 하소연한 말이다.

그는 당시 국가유공자의 유족이라는 이유등으로 집행유예와 사회봉사활동을 선고받아 교도소행이 좌절됐었다. 끝내 마약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올 1월 다시 체포된 그는 이달초 실형을 선고받아 소원 (?) 대로 교도소에 가게 됐지만 과연 마약의 사슬에서 해방될 수 있을른지는 모를 일이다. 히로뽕은 강력한 중추신경흥분제로 뇌에서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노어에피네프린등의 양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처음에는 순간적으로 불안.걱정이 없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이 상태가 보통 5분에서 1시간정도 지속되는데 이때의 기분은 다시 히로뽕에 손을 대게 만들기 충분할 정도로 강력하다. 마약의 특징은 즉시 의존성과 내성이 생기는 것. 한번 사용만으로 자꾸 사용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같은 효과를 보기 위해선 용량을 늘려야 하는 것이다. 히로뽕을 맞고 있는 남편을 대신해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1년째 상담을 받고 있는 김모 (45.여) 씨. 작은 가게를 경영하던 김씨의 남편은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스트레스를 푼다며 자주 술자리를 찾다가 마약에 손을 댔다.

몇번 '환상적' 인 효과를 본 김씨의 남편은 중독이 될까 겁이나 끊어보려 했지만 약기운이 떨어지면 찾아오는 심한 두통과 근육경련.악몽.우울감을 견디지 못해 다시 히로뽕을 맞았다. 결국 마약에 의존해 장사도 내팽개친 김씨의 남편은 김씨에게 돈 내놓으라고 협박하며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했고 가끔씩 "누가 나를 해치러 온다" "저 불빛이 보이지 않느냐" 며 환각증세를 보였다.

일단 마약에 중독되면 끊으려는 의지만으로 중독에서 벗어나기란 불가능하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진태원 (陳台原) 씨는 "최소한 6개월 이상의 입원치료를 통해 금단증상을 없애고 약물.상담등을 통한 종합적인 재활치료를 받아야 한다" 고 말했다.

하지만 마약을 끊기로 각오하고 전문적인 중독치료를 받으려는 마약중독자나 가족들도 처벌이 무서워 치료기관을 찾지 못하는 것이 현실. 현행 마약법상 마약중독자를 신고하지 않고 치료하면 처벌을 받게돼 있어 일부의사들은 환자를 기피하는 실정이다.

마약사범에 대한 치료실적도 미미한 수준. 지난해 적발된 마약사범 6천9백47명 중에서 전문치료기관에서 보호치료를 받은 사람은 고작 43명에 지나지 않았다.

국립서울정신병원 정신위생과 오동열 (吳東烈) 과장은 "마약중독을 치료받고 싶다며 문의전화를 건 환자들에게 관계기관에 먼저 알려야하는 절차를 설명하면 슬그머니 전화를 끊어버리곤 한다" 며 "마약매매에 관여하지 않은 단순중독자에 대해서는 처벌보다는 치료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jyoung@joongang.co.kr〉


마음과 뇌의 신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