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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 게 재 일 : 1997년 09월 25일 31 面(10 版)

[뇌의 신비를 밝힌다]下.차세대 뇌연구…약물 연구방향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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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에서 처방되는 약물처럼 부정적인 대상도 없다.
'미친 사람이나 먹어야하는 약물' 이란 그릇된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숨진 다이애나의 우울증을 달래준 것은 항우울제 프로작이었다.
프로작은 작년 한해 미국에서만 1천 7백만여명에게 처방됐으며 정신과 약물임에도 불구하고 궤양약 잔탁과 고혈압약 레니텍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많이 팔리는 약제다.

현대판 약방의 감초격인 항불안제 발리움도 있다.
불면증에서 소화불량.두통까지 의사들의 처방에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발리움이다.
이처럼 정신과 약물은 정신질환의 치료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보도블록의 금을 밟지 않고 걸어야 마음이 편한 강박증세나 야뇨증.거식증등의 행동과 습관개선,치매환자의 기억력 증진에도 약물이 사용된다.
약물에 의한 지배를 예고한 미래사회를 그린 소설 '멋진 신세계' 에서는 단조로운 일과의 지루함을 벗어나기 위해 애용되는 소마란 정신과 약물이 묘사된다.
우리는 지금 '신세계' 를 향해 한걸음씩 가까이 다가서고 있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현실감을 상실한 채 그저 기분이 좋기만 한 조증환자에게 탁월한 효과를 지닌 리튬이 좋은 예. 과량복용할 경우 구토와 설사.시력장애등의 부작용이 있어 혈중농도를 측정하기 위한 주기적인 혈액검사를 받아야 한다.
비교적 안전한 항우울제로 알려진 프로작도 체중감소와 불면증.성기능장애등의 부작용이 있다.
특히 쾌락을 좇는 마약계통의 정신과 약물은 복용을 중단할 경우 극심한 금단증상에 시달리는 반대급부를 반드시 치러야한다.
결국 20세기의 인류는 약물을 통해 원하는 효과를 얻는데는 성공했지만 부작용의 굴레에선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실정이란 결론이다.
이때문에 차세대 신약개발의 주요목표는 부작용을 극소화한 정신과 약물의 개발로 요약된다.
전세계 제약회사들이 매달리고 있는 엔돌핀 유사마약 합성연구가 대표적 사례다.
뇌에서 분비되는 엔돌핀은 가장 강력한 마약인 몰핀보다 1백배나 강한 진통효과를 지녔음에도 금단증상이 없다.
분비되어 효과를 나타내는 즉시 뇌속에 잔류하지 않고 효소에 의해 분해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문제는 엔돌핀이 기존 정신과 약물보다 수백배나 큰 분자량을 지녀 인위적 합성이 쉽지 않다는 것.
그러나 엔돌핀 유사마약의 제조에 성공한다면 어쩌면 인류는 고통에서 영원히 해방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약으로 만들어진 행복이 진정한 행복인가' 라는 의문이 남는다.
정신과 약물연구의 대가인 존스홉킨스의대 솔로몬 스나이더교수가 그의 저서 '약과 뇌' 에서 내린 결론대로 이 문제는 결국 과학이 아닌 철학이나 종교의 몫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마음과 뇌의 신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