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V. 조건반사



인간의 뇌는 자연이 지구상에 만들어낸 것 중 가장 놀랍고도 정교한 산물이다, 20세기까지 과학은 뇌의 복잡함앞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팔짱만 끼고 있었다. 뇌기능을 연구한 이래 처음으로 큰 성과를 거둔 사람은 러시아의 위대한 생리학자 이반 페트로비치 파블로프와 그의 여러 제자들이었다. 그들의 연구가 성공했던 이유는 간단한 생리학적 행위이면서 동시에 심리적 행위이기도 한 현상을 처음부터 연구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후에 명확하게 되었듯이 이러한 현상은 그야말로 기본적인 심리적 행위였다. 빠블로쁘의 말을 빌리자면, 사고활동이라는 거대한 건물을 이루고 있는 하나의 벽돌인 '조건반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뇌의 조건반사 활동에 관한 학설은 곧바로 인정되지는 못했다. 구세대 과학자들의 머리 속에는 복잡하기 그지없는 뇌 활동을 해명할 수 없다는 생각이 꽉 박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후 사태는 일변했다. 현재는 그런 사람이 거의 없겠지만, 그래도 사고활동의 근저를 이루는 것이 조건반사(혹은 일시적 결합)의 계, 극히 단순한 생체반응이라는 것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많다.

인간의 뇌는 사고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많은 밝혀지지 않은 메카니즘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심이 되는 것은 조건반사계이다.

몸의 어떤 세포, 특히 단세포생물은 이전에 자극을 받은 흔적을 계속 가지고 있으면서 먼저 번 행동의 반응에 따른 자신의 반응을 변화시킨다. 즉 일시적 결합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능은 신경세포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며 그것의 출현 자체가 신경계의 특징이 된다.










일시적 결합(조건반사)은 중요한 사건과 중요하지 않은 사건이 시간적으로 동시에 일어날 경우에 형성된다.

개에게 먹이를 주기 전에 언제나 그릇을 탁탁 두드리는 소리를 듣게 한다면, 얼마되지 않아 개에게 조건반사가 일어난다. 즉 탁탁 소리를 들은 개는 이전에 먹이를 줄 때만 흘렸던 침의 분비등과 같은 반응을 나타낸다.

조건반사는 주위 현실에 관한 기본적 지식의 세트이다. 조건반사에 반영되는 것은 동물에게 주어진 환경의 특징적 법칙성이다.

그릇을 탁탁 두드리면서 개에게 먹이를 주는 일을 몇 번 반복하면 개에게 조건반사가 형성되다. 이것은 개가 두현상의 상호관계를 '알아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조건자극(그릇소리)은 이차적 자극 신호같이 되어 개는 음식물을 먹으면서 나타나는 생체의 모든 반응을 일으키게 되다.

신호활동(일시적 결합의 형성)은 지구상의 모든 동물에게서 나타나는 특징적이고 보편적인 현상이다. 더욱이 이 원리는 혹성에 사는 동물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지구상의 동물은 주위 세계를 연구해서 일생을 통해 새로운 시식을 쌓아갈 수 있는 놀라운 적응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 적응능력은 일부 감각기관의 기능과 관계가 있는데, 이 감각기관의 구조는 장시간 지속되는 자극에는 쉽게 익숙해져 반응하지 않는 대신 새로운 자극에는 배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런 현상은 아마 누구든지 경험했을 것이다. 외출 후 집으로 돌아왔을 때 상당히 강렬하고 불쾌한 냄새를 느낄 때가 있지만 몇 분만 지나면 냄새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우리의 코가 냄새에 익숙해져 뇌에 적당한 정보를 전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잠시 밖에 나갔다가 다시 돌아온다면 냄새는 다시 코를 찌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