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학과 의식불명
977116 의예과 김현정

인간의 뇌는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구조물이다. 약 3 파운드 무게에 지나지 않는 이 말랑말랑한 조직으로 인해 우리 인류는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고, 유전공학으로 진화과정을 변화시킬 수 있게 되었으며, 달 표면을 산책하고, 절묘한 음악과 미술을 창조하게 된 것이다. 그래도 아직 인간정신의 한계와 인간이 달성할 수 있는 한계는 미지수이다.

신경과학(neurosciences)이란 뇌를 연구하는 분야를 지칭하는 것이다. 뇌의 구조, 뇌의 발달, 뇌의 뉴런(neuron), 즉 신경세포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전기적 현상, 여러 뉴런간의 상호작용, 뇌의 독특한 소산인 행동과 경험 등, 이 모든 것이 신경과학의 연구대상이다. 신경계를 연구하는 분야 중에서도 그 구조를 연구하는 해부학 분야나, 그 기본적인 기능을 연구하는 분야 등은 오랜 옛날부터 존속하였으나, 하나의 통합된 학문으로서 신경과학이 확립된 것은 몇 년 전에 불과하다.

사람의 뇌는 크게 대뇌, 소뇌, 뇌간의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대뇌는 운동, 감각을 지배할 뿐 아니라 중요한 기억이나 사고, 의지, 정서, 언어 등 정신활동의 중심이다. 소뇌에는 운동 조절 중추가 있어 몸의 평형을 유지하고 운동을 원활하게 하는 기능이 있다. 반면에 뇌간에는 인체 모든 장기의 기능을 통합, 조절, 유지하는 신경 중추, 반사 중추가 있다.


특히 뇌 구조 중에서 의식에 관여하는 일차적인 구조물은 대뇌피질이다. 절단뇌(split-brain) 환자들에 대한 Roger Sperry와 동료들의 선구적인 연구가 있기까지 인간의식은 일원적 현상, 즉 단일 과정이라고 가정되어 왔다. 이들 환자의 경우 심한 간질증상을 치료하기 위한 수단으로 두 개의 대뇌 반구를 연결해 주는 섬유인 뇌량이 절단되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전 뇌의 두반구는 그 상호연락이 차단됨으로써 간질발작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

각 망막의 좌측 절반은 좌반구로만 연결되고 우측 절반은 우반구로만 연결되기 때문에, 분리뇌 환자들의 경우 단어나 그림은 각 반구에 독립적으로 제시될 수 있다. 그리고 좌반구는 오른손을 통제하고 우반구는 왼손을 통제한다. 통상적인 분리뇌 환자들(오른손잡이)의 경우, 좌반구는 언어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우반구는 매우 제한적인 언어능력만 가지고 있다. 그러나 나무토막을 배열하거나 3차원적인 입체를 그리거나 하는 공간적인 과제에 있어서는 우반구가 좌반구보다 분명히 우수하다. 그리고 정서적 지각이나 정서적 반응성도 비록 비언어적이긴 하지만 우반구가 매우 우수하다. 우반구는 시각적으로 제시되는 대상을 인지할 수 있으며, 만일 환자들이 오른손으로 스크린 뒤에 있는 물체들을 만질 수 있게 하면 그 물체를 찾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물체의 이름을 말하지는 못한다. 이들 환자들의 경우 정상적인 두뇌와는 달리 두 개의 반구가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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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신경생리학자인 John Eccles는 의식의 단일성(일원성)을 강력히 주장했다. 그는 정상적인 사람의 경우 진정한 의식은 항상 언어나 어휘능력과 연관되어 있다고 했다. 그래서 Eccles라면 의식이란 좌반구(오른손잡이의 경우)에 국소화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대부분의 분리뇌 환자들의 경우 우반구가 거의 비언어적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우반구와 의사 소통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우반구가 설사 의식을 갖고 있다 해도 그 의식의 정도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정상적인 사람의 경우 두 반구의 대뇌피질은 뇌량을 구성하고 있는 약 200만개 정도의 신경섬유를 통해 항상 상호교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복잡한 인지적 기능은 어느 정도까지 단측화(양쪽이 아니라 한쪽만 있는 것) 되어 있다는 것을 시사해 주는 증거가 있다. 우리가 예상하는 것처럼 좌반구는 언어이해와 말을 하는데 많이 관여하고, 우반구는 공간 - 지각 과제에 더 많이 관여한다.

정상적 인간의 뇌기능의 단측화에 관해서는 확실한 연구결과보다는 추측이나 가설이 난무하는 실정이었다. 이런 중에서도 보다 확고한 증거들은 주로 분리뇌 연구에서 얻어진 것이다. 예를 들어 이들 환자의 대부분의 사람의 얼굴에 맞는 이름을 학습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름(언어적인 것)은 좌반구에서 학습될 것이고 얼굴(공간적인 것)은 우반구에서 학습될 것이다. 정상적 뇌의 경우 이 두 가지 기억은 뇌량을 통해 교환될 수 있다.

의식이나 자각의 본질, 의미, 현실에 대해서는 끝없는 논쟁이 계속되어 왔다. 많은 생물학자나 심리학자는 이런 거창한 질문을 피하고 그 대신 의식을 뇌, 특히 대뇌피질의 진화의 산물로 다루기를 좋아한다. 의식은 분명히 적응적 가치를 가진 것으로 생각된다. 다수의 감각입력과 내적 단서 그리고 동기적 과정이 과거지식과 함께 통합되어서 단일한 의식을 이루게 되고, 이 의식이 적응적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결정한다.

이처럼 인간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의식을 잃어버리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 원인을 한 가지로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특히 당뇨병환자, 고혈압환자, 동맥환자, 머리외상환자에게 의식불명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나타난 의식불명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두 가지 상태가 뇌사상태와 식물인간 상태일 것이다.

뇌사란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67년 남아공의 외과의사 버나드가 교통사고로 의식불명의 뇌사상태에 빠진 사람의 심장을 심장병을 앓는 다른 환자에게 최초로 이식하면서 부터며 68년 호주 시드니의 세계의학협회총회에선 뇌사를 공식 인정하는 선언문이 채택되기에 이르렀다. 뇌사는 인간의 사고를 담당하는 일반적 의미의 대뇌가 아닌 호흡과 심장박동 등 핵심적 생명현상을 주관하는 간뇌(間腦)의 비가역적 죽음을 의미한다. 좀더 자세히 설명하면 심장, 폐 기능의 인위적인 유지 말고도 위에서 소화액이 분비되고, 방광에서 오줌이 배설되기도 한다. 여러 내장기관이 완전히 정지된 것은 아니어서 일부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나 인공호흡기를 통한 산소공급과 식도위관에 의한 영양공급에도 불구하고 신장, 간장, 췌장등 여러 장기가 기능을 상실하기 때문에 오래 지나지 않아 심장정지가 초래된다.

그러나 식물인간은 사람 구실을 제대로 못할 뿐 엄연히 살아있는 존재다. 식물인간은 대뇌의 광범위한 조직손상, 대뇌와 뇌간 사이의 연락 단절 등으로 인해 대뇌 기능은 정지되었으나 뇌간의 생명중추 기능은 유지된다. 이들은 인공호흡기를 부착하지 않고서도 생명의 징후가 지속된다. 따라서 의식이나 움직임, 의사소통은 불가능하나 자발적인 호흡과 심장기능이 유지되고 있다. 식물인간의 특징으로는

1. 자력으로 이동할 수 없다.
2. 자력으로 음식물의 섭취가 불가능하다.
3. 배뇨, 배변, 실금 상태이다.
4. 눈으로 물체를 물끄러미 보는 듯 하나 인식하지 못한다.
5. 손을 움직이거나 입을 벌리는 정도 이상의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
6. 소리를 내지만 뜻있는 말은 되지 않는다.

이 상태는 사회적으로 죽었다고 할 수 있겠으나, 생물학적으로는 엄연히 살아 있으므로 그 생명은 존중되어야 한다. 실제로 식물인간 상태에서 회복된 경우도 심심지 않게 보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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