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학과 그림그리기

권오민, 의예 1, 977103

Ⅰ. 들어가는 말

창의적인 사람이란, 우리에게 주어진 직접적인 정보들을 새로운 방법으로 전개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작가는 낱말이 필요하고, 음악가는 음계가 필요하며, 미술가에게는 시지각(視知覺)이 필요한데, 이들을 통해서 그들의 재능을 나타내려면 어느 정도 기술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창의적인 사람은 직관적으로 일반적인 자료들을 새롭게 창조하고, 가공되지 않은 순수한 원료를 뛰어난 창작품으로 바꾸어 놓는다. 왜냐하면, 창조적인 사람이란 자료를 모으고, 그것을 창조적으로 변형시킬 수 있는 두 개의 다른 과정을 깨닫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연구의 결과로, 양쪽 두뇌의 이중적 전개를 이해하는 것이 잠재되어 있는 창의력을 끌어내주는 데 중요한 단계로 각광을 받고 있다.

최근의 인간 두뇌에 관한 연구는, 지금까지 알려져 왔던 인간의 의식 상태에 관한 이론을 크게 확장시키고 있다. 새로운 이론은 인간의 창의적인 능력을 자유롭게 해주는 데 직접적으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창의적인 능력에 관한 부분이 바로 그림그리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Ⅱ. 두 개의 뇌

인간의 두뇌는 양쪽이 비슷하고 주름져 있으며 둥근 반쪽의 가운데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 두 반쪽을 오른쪽 두뇌와 왼쪽 두뇌라고 부른다. 인간의 신경구조는 대각선 모양으로 두뇌와 연결되어 있다. 왼쪽 두뇌는 오른쪽 신체의 기능을, 오른쪽 두뇌는 왼쪽 신체의 기능을 조정한다. 만약 왼쪽 두뇌가 사고로 인해 심한 상처를 받았거나 타격을 받았을 때는 오른쪽 신체의 기능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오른쪽 두뇌에 상처를 입게 되면 왼쪽 신체에 심각한 현상이 일어난다.

인간의 두뇌가 대칭적으로 작용한다는 외형적인 증거는 손의 움직임이다. 지난 150여년 동안 과학자들에게 알려진 바로는, 언어기능이나, 언어와 관련된 기능은 주로 왼쪽 두뇌에 있다는 것인데, 이는 오른손잡이의 98%와 왼손잡이의 2/3가 그렇다. 왼쪽두뇌가 언어의 기능을 관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두뇌의 손상으로 인해 나타난 결과들을 관찰해서 얻은 것이다. 언어는 사고나 추론, 그리고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구별지을 수 있는 높은 정신적 기능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19세기의 과학자들은 왼쪽 두뇌를 지배적 두뇌, 또는 주된 두뇌라고 불렀고, 오른쪽 두뇌는 종속된 두뇌, 또는 부수적 두뇌라고 불렀다. 따라서 왼쪽 두뇌보다 오른쪽 두뇌가 덜 발달되었고 덜 진화되었다는 것이 최근까지의 주된 견해였다. 결국, 말을 못 하는 오른쪽 두뇌는 언어의 능력을 가진 왼쪽 두뇌의 지시를 받는다는 것이다.

오랜동안의 신경과학 연구는 주로 두뇌의 두 반구를 서로 가로질러 연결하고 있는 수백만 개의 가느다란 섬유질로 엮어진 굵은 신경선의 작용에 관한 것이었고, 이 신경선의 작용에 대해서는 바로 최근까지도 알려져 있지 않았다. 이 연계 신경선의 집단을 뇌량(腦梁, corpus callosum)이라 하는데, 이 선의 굵기와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신경섬유들과 길이, 그리고 두 두뇌가 연결되는 곳에 자리잡고 있다는 전략적 위치 때문에 이 뇌량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되어왔고 또 실제로도 그렇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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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에 미국 캘리포니아 기술 연구소의 스페리(Roger W. Sperry)교수와 그의 제자인 마이어즈(Ronald Myers) 등의 연구진은 여러 동물 실험 연구를 통해서 이 뇌량은 두 개의 두뇌 사이에서 기억력과 지각의 전달 및 통신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더 나아가서 이 연구는 이 뇌량이 두 개의 두뇌를 서로 독자적으로만 작용하도록 나눠 둔다면 분명히 행동이나 기능이 완벽하게 되지 못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러자 1960년대에 이르러서 이와 비슷한 연구가 뇌량의 기능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주게 되었고, 과학자들에게 그것과 연관된 능력에 관한 새로운 견해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즉 두 개의 두뇌들은 서로 보조해 주면서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작용하도록 진화되어 왔으나, 그들은 양쪽 다 상당히 복잡하면서도 높은 인식 능력을 가지고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두뇌에 대한 이 색다른 견해는 교육이나 특히 그림 공부에서 매우 중요한 점으로서, 이른바 '분리된 두뇌(split-brain)'이라고 일컬어지는 연구에 대해서부터 먼저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이 연구는 앞서 말한 캘리포니아 기술 연구소의 스페리 교수 연구진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연합절개(commissurotomy)' 또는 '뇌 분리(split-brain)'환자들로 알려진 작은 집단의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 연구가 이루어졌다. 두뇌의 결함으로 인해 간질 증세에 걸린 사람들이다. 모든 치료가 실패한 뒤에 마지막 방법은 두 두뇌사이의 뇌량을 그것에 연결되어 있는 연합(commissures) 또는 대칭 연결선과 분리시키는 것이었다. 수술의 결과는 바라던 대로 이루어졌고, 환자의 발작도 조절이 되어 다시 건강을 회복하게 되었다. 그러나 환자의 태도나 몸놀림이 약간의 이상 증세를 보였고, 일상 생활의 행동에서도 약간의 변화를 보였다.

캘리포니아 기술 연구소의 연구진은 이 환자들의 두 두뇌의 분리된 기능에 관해서 정교한 실험을 계속했다. 이 실험에서 두 두뇌는 어떤 면에서는 각각 다른 현실을 지각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즉, 언어 기능을 가진 왼쪽 두뇌는 뇌 분리 환자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사람도 지배한다는 것이었다. 아주 졍교한 방법으로 연구진은 환자의 분리된 오른쪽 두뇌도 실험했고, 그 결과, 말을 못 하는 오른쪽 두뇌도 느끼고 반응하며 혼자서 따로 정보를 전개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우리의 두뇌는 정상적인 뇌량이 두 두뇌 사이를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함으로, 두 개의 서로 다른 지각을 섞어 주고 조화시켜서 통일된 존재, 즉 한 사람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신경과학자들은 또한 두 두뇌가 정보를 서로 다르게 처리하는 과정도 실험해 보았다. 그 결과 왼쪽 두뇌는 언어적이며 분석적인데 반해, 오른쪽 두뇌는 비언어적이며 종합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레비(Jerre Levy) 박사는 그의 박사 논문에서, 오른쪽 두뇌의 정보처리 방식은 신속하고 복합적이며, 전체적, 공간적, 지각적이라고 밝히고, 왼쪽 두뇌는 언어적이며 분석적인데, 그 복합성에서는 둘을 견줄 만하다고 했다. 레비 박사는 또 두 개의 다른 처리방식은 서로 방해하면서 최대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경향도 있음을 지적했다. 그리고 그녀는 이 사실이 바로 두 개의 다른 두뇌가 각기 다른 두 가지 방식을 유지하는 비대칭의 비밀을 풀 수 있는 획기적인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분리된 두뇌에 대한 연구 결과를 기초로 해서, 두 개의 두뇌들은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사고나 추론, 그 외의 복잡한 정신 작용 등에 개입하면서 양쪽 두뇌가 다 높은 수준의 인식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견해가 서서히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뇌 분리 환자들을 위해서 특별히 고안된 실험들 중 몇 가지 예를 보면, 각기 다른 두 두뇌가 따로 현실을 지각하고 각기 다른 특별한 처리 과정을 거친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 실험에서 두 개의 다른 그림을 화면에 잠깐 비춰 주었다. 그때 뇌분리환자의 시선을 두 그림의 중간에 고정시켜 줌으로 해서 두 개의 그림을 다 뚜렷이 보지 못하도록 했다. 이때 두 개의 다른 두뇌들은 서로 다른 그림을 받아 들였다. 왼쪽 화면에 비춰진 숟가락은 오른쪽 두뇌로 전달되었고, 오른쪽 화면에 나타난 칼은 언어 기능을 관장하는 왼쪽 두뇌로 옮겨졌다. 환자에게 이 그림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그 환자는 다른 반응을 보여 주었다. 만약 화면에 나타났던 물체들의 이름을 왼쪽 두뇌에게 물어 보았다면 그 왼쪽 두뇌는 환자로 하여금 자신있게 '칼'이라고 똑똑하게 말하도록 했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 환자에게 왼손(오른쪽 두뇌가 지배하는)을 사용하여 화면에 잠깐 나타났던 물체를 막 뒤로 가서 가지고 오라고 하면 그 환자는 숟가락과 칼 등 여러 물건들 중에서 숟가락을 집을 것이다. 만약 실험자가 환자에게 막 뒤에서 손에 들고 온 것이 무엇인지 말해 보라고 한다면, 환자는 잠시 혼동되어 '칼'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것이 잘못된 대답임을 알면서도, 말할 수 있는 왼쪽 두뇌는 수정할 만한 충분한 어휘를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오른쪽 두뇌는 멍청하게 말없이 머리만 흔들어 보이는 것으로 대화를 이어나갈 것이다. 그리고 말로 표현하고 있는 왼쪽 두뇌는 왜 자신이 머리를 흔들고 있는지 의아해 한다.

공간성에 관한 또 다른 실험에서는 오른쪽 두뇌가 더 우수하다는 실례를 보여 주었다. 이 실험은 한 남자 환자로 하여금 여러개의 나무로 된 형태들을 어떤 틀 안에 꿰어 맞추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는 오른손(왼쪽두뇌)으로 그 일을 수없이 여러번 시도했으나 실패를 거듭했다. 그때 그의 오른쪽 두뇌는 계속 왼쪽 두뇌를 도와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른손은 계속 왼손을 치워 버리려고 했는데, 결국 그 남자는 자기의 왼손을 그 틀에서 멀리하기 위해 깔고 앉아 버렸다. 이때 과학자가 그 환자에게 양손을 다 사용하도록 하자 마침내 공간 지각력이 뛰어난 왼손(오른쪽 두뇌)이 바보 같은 오른손을 밀쳐 버리고 성공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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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엄청난 사실들을 가지고 두 개의 뇌에 대한 잠정적인 결론을 내리자면 다음과 같다고 할 수 있겠다. 즉, 반쪽의 두뇌들이 외부의 현실을 제각기 다른 지각으로 받아들이는데도 우리는 한 사람이라는 정상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는데, 사실 우리의 두뇌는 두 개가 다르게 작용하는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말해서, 우리 각 개인은 모두가 두 마음과 두 개의 의식을 가지고 있으나 두 개의 두뇌 사이에 연결된 신경섬유의 선에 의해서 중재되고 통합되어진다는 것이다. 이 두 개의 두뇌는 서로가 특정한 일을 처리하면서 상호 협조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때는 한쪽의 두뇌가 홀로 작용하기도 하는데, 마치 한쪽이 스위치의 '켜 놓은 상태(on)'일 때 다른 한쪽은 '꺼진 상태(off)'가 되는 것이다. 또 어떤 경우에는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일을 그렇지 못한 한쪽이 시도해 보려는 마찰이 일어나기도 한다.


Ⅲ. 그림그리기와의 연관성

그러면 도대체 이 모든 이론들이 그림 그리는 일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인간 두뇌의 반구 기능과 그것의 정보처리 과정에 관한 최근의 연구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능력은 바로 오른쪽 두뇌의 가능성에 접근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즉 언어의 기능을 지배하는 왼쪽 두뇌를 꺼 버리고 오른쪽 두뇌를 켜 놓을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이것이 어떻게 그림그리기에 도움을 줄수 있단 말인가? 오른쪽 두뇌는 그림을 그릴 때 취하게 되는 시각적 정보를 처리하며, 왼쪽 두뇌는 동시에 그림그리는 일을 방해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상기해 보면 쉽게 해답이 나올 것이다.

오른쪽 두뇌가 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의 하나는 상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곧 마음의 눈으로 그려진 그림을 보는 것이다. 두뇌는 어떤 영상을 떠올릴 수 있고, 다음은 그 영상을 실제로 있는 것처럼 관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능력을 시각화 또는 영상화라고 표현한다면, 이러한 시각화와 영상화의 두 가지 기능은 그림을 그리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무엇인가를 그리기 위해서 화가는 대상을, 또는 사람을 바라보게 되는데, 이것은 사실상 정신적으로 그림을 찍고, 기억 속에 영상을 잡아 넣는 것이다. 그 다음 머리 속의 그 그림을 종이 위에 그리게 된다. 다시 본다는 것은 다시 영상을 잡는 것이고, 다시 그 영상을 그리는 것이며, 이러한 과정은 계속되는 것이다.

인간의 두뇌에 대해 언어를 통해 가장 회화적으로 표현한 사람은 영국의 과학자 샤링톤 경이다. 그는 인간의 두뇌를 "수많은 북들이 번개 같은 속도로, 결코 없어지지 않고 의미로 꽉 차 있으며, 또한 녹아 버리기도 하는 천을 짜내는 마력의 베틀"이라고 묘사했다. 심리학자들의 보고서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변화하는 정신적 과정을 의식적으로 '뒤로 물러 서서' 볼 수 있다고 한다. 심리학자 타트(Charles Tart)의 말로는, 이것이 두뇌 전환의 상태를 보다 잘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회전 연습은 화가로 하여금, 관찰하고 그림 그릴 수 있는 상태인 'R-모드'로의 전환을 돕게 되는 것이다.(이제부터는 왼쪽 두뇌의 방식을 'L-모드'로 오른쪽 두뇌의 방식을 'R-모드'로 부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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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의 한 형태인 그림그리기는 대개가 오른쪽 두뇌의 작용이므로, 우리가 그림을 그리려면 왼쪽 두뇌가 일을 못 하도록 지켜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왼쪽 두뇌는 지배적이고, 빠르고, 또한 단어나 기호 등을 가지고 서두르는 경향이 있는데다, 자신은 별로 잘 해내지도 못하는 영역까지도 관장하려 한다는 점에 있다. 왼쪽 두뇌는 주인 노릇하기를 워낙 좋아해서 정말로 싫어하는 일이거나, 너무 시간이 걸리는 일, 또는 너무 세밀해서 단순히 해내기 어려운 일이 아닌한 오른쪽 두뇌에게 일을 양보하려 들지를 않는다. 바로 이런 점에서 왼쪽 두뇌가 포기하도록 만드는 것이 제대로 된 그림을 그리는 데 필요한 일이다.

Ⅳ. 거꾸로 된 그림 그리기

좌우 뇌의 구분과 그림그리기 사이의 관련성 중에서 가장 극적인 실험 혹은 연습의 예를 들면서 이 보고서를 마치도록 하겠다.

우리는 낯익던 것들도 그것이 거꾸로 되어 있으면 다르게 보인다. 우리는 사물을 지각하는 순간 자동적으로 그것의 위아래와 옆을 규정해 버린다. 따라서 사물을 그리거나 볼 때는 항상 이렇게 평소의 모습이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우리의 누적된 기억과 개념들로써 낯익은 사물을 분류하고 이름 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아래가 반대로 되어 버리면 시각적인 실마리를 찾지 못한다. 전혀 낯선 것을 보게 되니까 두뇌는 혼동을 일으킨다. 우리는 단지 어둡고 밝은 면과 형태만 볼수 있을 뿐 그것이 뭔지 알 수가 없다. 누군가가 대상의 이름을 말해 주지 않는 한 거꾸로 된 그림을 보면서도 이렇다 저렇다 할 말이 없게 된다. 거꾸로 된 사진을 보면 잘 알려진 얼굴이라도 그 사람의 이름이나 얼굴을 잘 못 알아본다. 그것이 누구의 얼굴인가를 알고 난 다음에도 거꾸로 된 사진에서 받는 느낌은 여전히 낯설 것이다. 하물며 복잡한 그림을 거꾸로 보여 준다면 거의 알아보기가 어렵다. 우리의 두뇌(왼쪽 반구)는 결국 포기하고 말 것이다.

이렇게 거꾸로 된 그림이 왼쪽 두뇌의 작용을 억제하는 것을 이용하여, 거꾸로 된 그림 그리기 연습을 통해서 우리는 왼쪽 두뇌의 기능을 R-모드가, 즉 오른쪽 두뇌의 작용이 가로채게 할 수 있다. 다음과 같은 그림그리기 실험을 해보도록 하자.

[실험]

1.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조용한 장소를 택한다. 원한다면 음악을 들어도 좋다. R-모드로 바뀌면서 음악소리가 차츰 사라져 가는 것을 느낄 것이 다. 될 수 있으면 한번 앉은 자리에서 그림을 끝내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그림이 끝날 때까지는 절대로 그림을 바로 돌려 보지 말아야 한다. 그림 을 돌려보게 되면 L-모드로 돌아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2. 거꾸로 된 그림을 잠시 바라본다. 그림의 각도와 모양과 선에 주의한다. 그 모든 선들이 서로 맞아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나의 선이 끝 나는 데서 다른 선이 시작되고 있다. 그 선들은 서로의 관계를 유지하면 서, 종이의 가장자리와도 각도를 이루며 연관을 맺고 있다. 곡선들은 적 절하게 공간에 맞게 그려져 있다. 이 선들은 형태의 윤곽을 나타내고, 우 리는 그 선안에 있는 모양을 본다.

3. 그림을 시작할 때는 반드시 종이의 위에서부터 시작하고 그림의 선을 그 대로 따라서 그리되 한 선을 그리고 나면 가장 가까운 선으로 옮기고 하 면서 조각 그림 맞추기 식으로 연결해 나간다. 부분들의 이름에는 신경 을 쓰지 말아야 한다. 만약에 손이나 얼굴 부분에 오더라도 '손'이니 '얼 굴'이니 이름을 대지 말고, 그저 다음과 같은 생각만 한다. '이 선은 여기 서 구부러지고, 이 선은 여기서 가로질러가서 모양을 만들고, 이 선은 종 이 가장자리와 이런 각을 이루는구나.' 등등. 절대로 이름에 대해서나 형 태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렇게 그린 그림을 다시 바로 세워서 보면, 그림이 너무 잘 그려져 있기 때문에 놀라게 된다고 한다. 거꾸로 된 조각 그림 맞추기 연습 문제는 결국 다분히 논리적인 왼쪽 두뇌를 '논리'라는 이름의 상자 안에 가두고 말았다. 자기 스스로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믿는 왼쪽 두뇌는 자기 없이도 갑자기 그림을 잘 그리게 된 이 능력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제 만능의 힘을 자랑하던 왼쪽 두뇌는, 지금까지 경멸당하기만 했던 오른쪽 두뇌가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약간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이야기 하자면, 왼쪽 두뇌는 모양이 낯설고 이름도 붙일수 없고, 평상시처럼 상징화하기도 힘든 형상이 나타나자 그만 혼동되고 방해를 받아 스위치를 꺼 버리고 자기의 임무를 오른쪽 두뇌에게 넘겨 버린 것이다. 마땅히 그림을 그리는 임무는 오른쪽 두뇌에게 맡겨져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오른쪽 두뇌는 그림을 쉽게 그리고 즐기면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전문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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