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학과 향수, 977118, 김희문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데는 의상, 헤어스타일 등의 시각적 표현방법과 향수처럼 후각적인 표현방법이 있다. 향수는 빛깔이나 형태가 없는 만큼 신비롭고 상대방에게 인상을 짙게 하는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 이처럼 향수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사람은 후각 기능을 통해 냄새를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는 뇌의 후각 기능에 대해 알아봄으로써 사람이 냄새 맡는 과정을 살펴보고 나아가 향수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우선 뇌에 대해 알아보면, 사람의 몸 중에서 뇌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40으로 모든 동물 가운데 뇌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동물이 인간이다. 뇌는 척추동물처럼 진화가 상당히 고등단계에 이르렀을 때 생겨났고 진화가 진행될수록 뇌가 더 커지게 되었다. 우리의 신체기관 중에서 가장 큰 부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뇌이며, 이렇게 큰 인간의 뇌는 생존을 위한 운동, 감각의 제어와 조절이라는 고도의 정신기능을 창출하게 되었다. 신체의 곳곳에 흩어져 있던 신경세포의 집단이 신체의 등쪽 척추뼈 속에 모여 척수라고 하는 중추신경계를 형성하게 되는데, 이 척수의 가장 앞부분과 윗부분이 더욱 커지고 팽창되어 본격적인 뇌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뇌는 전뇌, 중뇌와 후뇌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뇌는 다시 종뇌와 간뇌로, 후뇌는 연수, 뇌교, 소뇌로 나누어진다. 전뇌는 대뇌피질과 변연계로 구성되어 있다. 변연계는 뇌의 중심부 아래에 자리하며 계통발생상 뇌에서 비교적 일찍 발생한 부분으로서 늦게 발달한 대뇌피질에 의해 완전히 둘러싸여 있다. 대뇌피질은 외부환경과의 교신을 통해 이를 입체적으로 인식하는 능력을 가지며 목적지향성 이성행동을 주재한다. 즉 고도의 사색기능, 판단기능, 창조적 정신기능 등의 고등정신 활동을 하는 곳이며 운동과 감각을 주제하는 곳이다. 이에 비해 변연계는 본능행동과 정서감정을 주제하는 기구로서 행동의 의욕, 학습, 기억과정에도 깊이 관여한다. 그리고 편도핵은 모든 감각의 통합과 원심 신경로를 통해 시상하부의 기능을 조절한다고 한다. 편도핵은 변연엽의 구(nucus)부위에 있는 여러 개의 핵들로 구성되어 있고 그 신경 연락에 따라서 피질내측부(corticomedial division)와 기저외측부(basolateral division)로 구분한다. 피질내측부는 후각정보를 받아들이고 미각, 일반장기 감각과 관련된 정보로서 고속핵을 거쳐 받아들이는 정보도 받고 있다. 그 정보를 분계조(stria terminalis)를 통해 시상전영역과 시상하부로 보낸다.

기체를 통해 후각세포가 받아들인 냄새를 대뇌에서 어떻게 판독하여 구별하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정설이 없다. 얼굴의 한 가운데 위치한 코는 생명을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존재이다. 우리는 흔히 코가 후각 기능만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코의 기능은 매우 다양하다. 공기가 드나드는 숨길이고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기관이자 소리를 제대로 내게 하는 의사 전달의 일꾼이기도 하다. 냄새를 맡는 것도 코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인데, 비강 안쪽 위에는 직경 약 2cm의 후감대가 있고 여기에는 약 6백만-1천만개의 후각신경이 있다. 사람은 대개 4천여 가지의 냄새를 식별할 수 있고 훈련을 받으면 약 1만 가지의 냄새를 구별할 수 있다. 이것도 대단해 보이지만 인류의 조상에 비하면 많이 퇴화한 감각 중의 하나가 후각이다. 정착생활을 하고 사냥의 필요성이 줄어들면서 사람의 후각도 많이 퇴화했다. 개의 코는 약 2억 2천만개의 후각세포를 가지고 있어 사람의 코보다 약 1백만배 정도 예민하고, 사냥을 주업으로 하는 시베리아의 사냥꾼들은 지금도 밤에 냄새로 나무를 피해 다니면서 숲속을 종횡무진 뛰어다닐 수 있다. 인간의 후각은 냄새물질의 식별 면에서 다른 동물과 비교하여 아주 둔한 편에 속하지만 어떤 특정한 성분에 대해서는 1ppm 또는 1dpb이하의 농도까지도 감지할 수 있다. 후각은 시각이나 청각과는 달리 사람 개인별로 습관, 연령, 성별, 심리적 요인, 몸의 상태, 기온, 습도, 피로, 적응정도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냄새에 대한 반응은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뿐 아니라 생소한 냄새는 익숙한 냄새에 비해 쉽게 감지하고 불쾌감을 더욱 유발시킬 수도 있다. 그리고 한 종류의 냄새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그 냄새에 익숙하게 되어 더 큰 농도로 변화할 때에나 그 냄새를 알 수 있게 된다.

Brain Facts

지구상에 있는 휘발성 물질이 발산할 때 후각신경이 자극을 받아 느끼는 감각 중에서 인간생활에 유익하게 이용되는 냄새를 향(香)이라 한다. 향을 이용한 제품은 다양하게 있으나 대표적인 것으로 향수를 들 수 있다. 사람이 최초로 향을 생활에 이용하게 된 것은 지금부터 4, 5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의 제단을 신성하게 여겨온 고대 사람들은 제단 앞에 나아갈 때 신체를 청결히 하고 향내가 풍기는 나뭇가지를 태우고 향나무 잎으로 즙을 내어 몸에 발랐다고 한다. 기록상에 나타난 최초의 향료는 BC 2천 5백년 경 이집트 제5대 왕조 사훔(Sahum)왕이며, 그가 훈트 지방을 여행하면서 8만 포대의 향료를 사왔다는 기록이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 향료는, 종교의식에서 신과 인간간의 교감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왕의 즉위식에서는 사제가 고귀한 향유를 머리 위에 붐으로써 왕의 즉위를 신성시하는 도구로, 또한 시체의 강한 방부 효과를 위해 미라에게 사용하는 등 일찍부터 향료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이루어졌다. 이집트의 전성시대에는 향료의 사용범위가 확대되고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이런 점에서 향수가 화장품으로 실용화된 것은 이집트 미인들에 의해서라고 할 수 있다. 이집트 여인들은 계절에 따라 향료 사용을 달리 하여 눈, 입, 뺨, 손톱 등에 여러 색깔로 치장하여 화장품으로 개발해나갔으며, 부유한 집에서는 방향제로 훈향을 사용했다. 특히 클레오파트라는 향료를 좋아하여 '키위'라는 혼합향료를 만들어냈다. 이는 붓물(아이리스), 목약, 육계 등을 건조시킨 것에 포도주에 꽃을 넣어 검출한 것을 더하고 송진과 벌꿀 등을 합해 만든 것으로, 그녀는 당시 나일 강 연안에 거대한 향료 공장을 설립하여 그리스나 오리엔트, 인도에 이르기까지 향료를 수출하였다. 클레오파트라는 특히 장미향을 좋아하여 항해시 자신의 배 돛대에 향을 듬뿍 적셔 즐길 만큼 애용하였다. 이후 향수는 이집트 문명권을 거쳐 메소포타미아, 소아시아 지역 및 그리스, 로마 등지로 퍼져 귀족 계급의 기호품으로 널리 사용되었다. 그리스는 동양에서 서양으로 통하는 길목에 있어 일찍부터 향료가 발달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향수를 즐길만한 여유를 가지고 있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향료의 의학적인 효능을 더 중시했다고 한다. 종교 행사 및 연회장 장식과 음식물에 향을 바르거나 태우는데 일부 사용되기도 하였다. 뒤이어 로마시대에는 향료 사용이 보편화되어 5세기경에는 '향수의 천국'이라 불리며 향료가 남용되는 등 향료산업이 크게 번창하였다. 당시 귀족들에게 가장 인기있었던 것은 '황제의 향'이라는 27종의 향료가 배합된 포마드였다. 로마 네로황제는 자기 부인에게 향을 즐겨 사용하게끔하여 더욱 아름답게 만들려 노력했으며, 그의 황실 식당에는 파이프를 여럿 연결하여 향내음이 퍼지게 해 손님들을 기분좋게 했다고 한다. 이 시대에는 갖가지 향료의 사용량이 증가해 싸움터에 나가는 병사들마저 향료를 지닐 정도였으며 점차 화장품으로 발전하여 체계적으로 사용되었다.

중세에는 해상무역의 발달로 향료 공업이 더욱 성행하였고 나라별로 향수 사용용도가 조금씩 달랐다. 프랑스와 영국에서 초기에는 전염병 퇴치에 화장용 향수를 사용했으며 호박사과 향수가 흑사병 감염의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믿음을 갖기도 했다. 지배권이 강력했던 중세교회의 영향으로 향수산업이 쇠퇴하는 듯 보였으나, 중동에 나간 십자군 병사들이 전쟁터에 나가면서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으로 향수병을 차고 나가는 등 그들에 의해 다시 향수산업은 부흥하게 된다. 르네상스 이후 향수는 일반대중에게도 보급되고 인도, 아메리카의 발견으로 무역이 발전함에 따라 새로운 향수 제조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900년경 아라비아에서 발명한 증류법으로 장미향이 최초로 선울 보였고 알콜증류법에 의해 향수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 증류법은 유럽으로 전파되어 1150년 유명한 라벤더 워터가 출시되었고 1280년경에는 증류에 의한 정유의 추출법이 개발되었다. 한편 세계적으로 유명한 향수라면 프랑스제를 제일먼저 손꼽는데 그것은 프랑스가 오래 전부터 향료생산지였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프랑스 남부지방에 위치한 그라스(Grasse) 지역은 중세시대에 가죽의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향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져 향료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는데 지중해 연안의 온난한 기후와 급경사의 노천수로망이 많아 비옥한 토지에 향수원료가 되는 방향성 식물들을 재배할 수 있는 뛰어난 자연조건으로 프랑스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천연향료공업이 크게 발전하여 오늘날까지 향료의 메카로 불려지고 있는 세계적인 향수, 향료 중심지역이다. 루이필립 시대에는 향수업자들이 생겨나 향수와 화장품 제조기술과 압축수증기를 이용한 포마드가 만들어졌고 엘리자베스 여왕시대에 옥스퍼드 백작이 향수장식, 향침, 향수상자 등을 가지고 들어와 여성들을 열광시켰다. 이 무렵 현재 우리가 쓰고있는 향수형태, 즉 알콜을 사용한 액체 알콜향수의 최초제품이 1370년에 엘리자베스 여왕에 의해 ぢ헝가리 워터っ라는 이름으로 창조된다. 이 향수를 그녀는 늘 즐겨 사용하여 매력을 가꾸어 나가 그녀 나이 70살이 된 후에도 폴란드 국왕으로부터 프로포즈를 받을 정도였다고 한다. 1709년에는 향수시대에 커다란 혁명이 있었는데 그것은 새로운 형태의 향수, 오데코롱이라는 제품이 독일 쾰른에서 첫선을 보인 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루이 15세때에는 알콜을 베이스로 한 향수가 만들어 졌으며 루이 15세의 애첩 ぢ퐁파두르っ부인은 베르사이유 궁전 홀에서 향수를 물처럼 사용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루이 16세 왕비 ぢ마리 앙뜨와네뜨っ는 매우 광신적인 향수애호가였는데 제비꽃, 장미 등의 화향조 향수를 애용하였으며 그 당시 유행이 되기도 했다. 나폴레옹 원정 시에는 독일의 쾰른에서 만들어지고 있던 오데코롱이 대량으로 파리에 반입되어 유행되었으며 나폴레옹 자신도 오데코롱을 많이 애용했다. 나폴레옹이 전쟁터에 나가서도 매일 병사를 시켜 사랑의 편지를 보냈다는 조세핀은 그리 아름다운 여자가 아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남성들의 성적 흥분을 유발시킨다는)사향을 능숙하게 사용했고 그 점이 나폴레옹으로 하여금 그녀에게 그렇게 매달린 이유였다. 조세핀이 죽은 후 70년이 지날 때까지 그녀의 침실에는 사향 냄새가 진동했다고 한다. 19세기로 들어오면서 유기화학기술의 진보적인 발전으로 합성향료들이 출현함으로써 지금까지 생산의 한계성을 가진 천연향료로만 표현했던 향수산업이 일대 전환기를 맞아 다수의 향수들이 탄생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된다. 1834년의 니트로 벤졸 합성향료를 시발로 하여 1834년 시나몬 오일(Cinnamon oil)에서 주성분인 시나믹 알데히드를 분리시키는데 성공한 이후 많은 합성향료들이 과학적 분석에 따라 출현하게 되었다. 이런 19세기에서 20세기에 걸친 여러 종류의 합성향료 출현은 향수의 대중화를 가능케 하여 본격적인 향수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Brain Facts

잠시 우리 나라 향료의 역사는 어떠한가를 살펴보자. 국내향료의 기원은 확실치 않으나, 단군신화에 마늘과 쑥이 최초로 등장하였으며 태고 때부터 부추, 파, 마늘, 생강 등의 향신료식물을 사용한 기록이 있다. 우리 나라의 향료사용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종교의식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고구려 372년, 백제 382년에 불교의 전래와 더불어 수입되었으며 불교의식때나 제사 시에 사용하였다. 불교의식에서 사용하는 이유는 부처님이 강림하여 원하는 것을 들어준다고 믿었으며, 제사 지낼 때 피우는 향은 조상의 혼을 모시기 위해서였다. 특히 향수의 사용은 귀족층에 한하였는데 대중화 된 것은 신라시대에 귀부인들이 향료주머니(향낭)를 몸에 지니고 다니는 데서부터였다. 신라 경덕왕 때 향낭을 차고 다녔음을 삼국유사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당시의 유물 중에서 약향을 넣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것이 전해 내려오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우리 나라에서도 향이 장식이나 방향제 뿐만 아니라 휴대용 구급약으로도 이용되었으리라 믿어진다. 또 양반들의 경우 독서를 하거나 객을 맞이할 때 향료에 불을 피워 방안에 향이 가득히 흐르도록 했다. 문헌에 의하면 조선 시대의 유명한 기생 황진이는 깔끔치 못한 여자여서 항상 땟국물이 흘렀고 심지어는 옷에 기어다니는 이를 천연덕스럽게 잡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황진이가 뭇남성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독특한 냄새 때문이었고, 그 냄새는 황진이의 집밖까지 은은하게 퍼져 있었는데, 그 냄새는 바로 사향 냄새였다고 한다. 서민들의 경우에는 값비싸고 귀한 사향을 지니지 못하고 대신 향취가 짙은 꽃잎을 기름에 재었다가 생긴 즙을 찍어 바르는 정도밖에 향의 사용이 발달하지 못하였다.

이상으로 후각 기능과 향수에 대해 알아보았다. 과거에는 향수가 특정 부유계층만이 사용하는 사치품으로 인식되었지만, 현대에는 자기 개성이 강조되고 패션을 생활의 일부분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향수도 제 4의 패션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향수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갖고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Brain Fac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