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 두려워도 여전히 피임에는 소홀  




[헤럴드생생뉴스   2007-03-19 15:53:15]      
피임 문제로 관계를 할 때마다 다툰다는 임지은(가명ㆍ24) 씨는 “콘돔이 없는 날에도 남자친구가 조르면 하게 될 때가 많다”며 불안해했다. 그런 날은 어김없이 집에 와서 인터넷을 뒤적이며 사후피임약을 찾아 보거나, 상담글을 올려보는 등의 행동을 취하지만 생리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계속 가슴을 졸이게 된다고 한다.“생리를 지난 달 12일에 시작했고 19일에 끝났어요. 어제 성관계를 했는데, 위험한가요?”, “생리 주기가 30일이고 9일에 마지막 생리를 했는데 오늘 성관계를 하면 위험하겠죠?”
이러한 질문들은 여대생들만 접속이 가능한 홈페이지와 각종 성상담 게시판에 자주 올라오는 글들이다. 임신을 두려워하고, 관계 후 불안에 떨면서도 정작 피임에는 소극적인 여대생의 모습들을 흔히 볼 수 있다.캠퍼스헤럴드가 최근 실시한 ‘대한민국 여대생 의식 조사’ 결과를 보면 성경험이 있는 여대생 중 54.8%만이 피임을 항상 한다고 답해 상당수의 여대생이 피임을 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배란일에만 한다’와 ‘피임 도구가 있을 때만 한다’는 응답도 많아 여대생들이 여전히 잘못된 성 지식으로 스스로를 안심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곽태일 멘파워비뇨기과 원장은 “지속적으로 관계를 했는데 임신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점차 피임에 무감각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그러한 방심이 지금도 대한민국을 20초에 한 명씩 생명이 사라지는 ‘낙태공화국’으로 만들고 있다.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이 최근 서울시내 중고생 29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성 경험이 있는 여고생 4명 중 1명이 낙태를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정원 건강과성박물관 관장은 “낙태공화국이란 오명보다 더 큰 문제는 낙태 수술이 여성에게 심적 고통뿐만이 아니라 불임이나 자궁 외 임신 등의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는 데 있다”며 여성의 피임 교육이 시급한 문제임을 강조했다.
대학생 248명(남자 120명, 여자 128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8월 캠퍼스헤럴드가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여대생 10명 중 7명은 ‘남자 친구가 지속적으로 원할 경우 성 관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또 ‘혼전 순결’에 대해서 남자는 80%, 여자는 55%가 ‘중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번 성의식 조사 역시 혼전순결을 꼭 지켜야 한다는 답은 13.9%에 불과했다. 성의식은 점차 자유로워지는 반면 여성의 성적 자결권은 오히려 소극적이 되가고 있는 것이다.배 관장은 “의존적인 여성인 경우 상대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관계에 응하는 경우가 많다”며 “무엇보다 자기가 중심이 되어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피임도구 준비시에만 한다는 대답은 자신의 몸에 무책임한 여성들의 태도”라고 지적했다. 자신의 몸에 관한 것인 만큼 성관계를 하는 여성이라면 콘돔을 휴대할 수 있어야 하며 정확한 사용법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 피임뿐만이 아니라 성병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남녀 모두 콘돔을 정확하게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설거지를 할 때는 피부가 다칠까봐 고무장갑을 끼면서 자신의 몸을 지키는 피임에는 왜 무심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일”이라고 말했다.
결혼에 대해서는 여대생의 73.1%가 ‘결혼을 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으며 이 중 60.8%가 ‘2~3명 정도의 자녀를 낳을 생각’이라고 답했다.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답은 5.9%, 자녀를 낳을 생각이 없다는 답도 5.9%에 불과했다. 30대 미혼 여성의 증가 속도에 비해서 보수적으로 나타난 이 같은 결과는 일뿐만이 아니라 가정에서도 성공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최근 여대생의 성향을 보여준다.
<알파걸>의 저자 댄 킨들런은 최근 등장한 자신감 넘치는 엘리트 소녀 집단을 ‘알파걸’이라고 명명하면서 “알파걸들은 행복한 결혼과 가정 생활을 가지는 것이 자신에게 아주 중요하다고 답했으며 아이로 인해 일을 그만두는 것도 ‘포기’가 아니라 스스로의 ‘선택’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알파걸들은 자신이 주도권을 가지고 가정을 형성해나가는 ‘잘난’ ‘엄마’를 꿈꾼다고 설명했다. 미국기업공동연구(ABC)가 의뢰한 2002년 연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모들이 일에 모든 것을 다 바쳤음에도 실직하는 모습을 보고 자란 젊은이들은 열심히 일하고 있기는 하지만 자신이 원치 않는 대가를 치러가면서까지 승진하거나 무거운 책임을 지고 싶어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차별이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서는 ‘심하다’라는 응답이 46.2%로 ‘없다’는 응답 5.3%에 비해 훨씬 많았다. 학년별로는 취업과정을 경험한 4학년(50.6%)이 가장 성차별이 심하다고 답변했다. 성차별이 가장 심한 분야로는 직장생활(58.5%)과 취업과정(25.8%)을 꼽아 여대생들이 취업과 직장생활에 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현재 대졸 여성 고용률은 56%로 OECD 평균 78%와 큰 차이를 보이며 이는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이에 대해 배 관장은 “가정에서 남자형제와 동등한 관심과 교육을 받고 자란 여성이 많아진 것이 사실이나 아직도 많은 가정에서 성차별이 존재한다”며 “문제는 그것을 성차별로 인식하지 못하는 데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아들이니까 늦어도 된다, 아빠는 출장을 가도 엄마는 가면 안 된다 등 가정에서 겪을 수 있는 성차별 문제를 의식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공ㆍ계열별로는 사회과학계열 소속 여학생(54.4%)이 성차별을 가장 높게 실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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