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의 성 - 소통하는 사랑이 아름답다  




[헤럴드생생뉴스   2006-10-17 17:02:23]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50.3%가 성경험이 있으며, 이중 66.7% 정도가 교제상대와 관계를 시작한다는 연구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대학생들의 성의식과 성 행동에 관한 연구, 박선영, 2002), 대학 시절 이성교제는 시작 후 자연스럽게 성관계로 이어지는 추세이고, 준비된 관계보다는 분위기에 따라 흘러가는 경향이 높다. 그러나 이성교제를 시작할 때 성 욕구나 성 행동을 어떻게 맞춰 나갈 것인가 원칙을 세우는 일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유지현 기자(prodigy@heraldm.com)여대생 김보람(21ㆍ가명) 씨는 요즘 말 못할 고민을 안고 있다. 1개월 전, 사귄 지 두 달째 접어드는 남자친구와 처음 성관계를 가진 후, 그들의 교제 패턴은 확연히 달라졌다. 이제는 데이트 코스의 마지막은 으레 남자친구나 자신의 자취방이 되었고, 그럴 때면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스킨십은 성관계로 이어졌다. 서로 호감이 있는 상태에서 동의 하에 시작된 것이기는 하지만, 그는 이후 이런 저런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해졌다. 생리가 조금 늦었을 때에도 임신이 된 것은 아닌지 더럭 겁이 났고, 너무 성급하게 성관계를 갖은 것은 아닌지 등의 생각으로 쉽게 우울해졌다. 이런 염려들에 대해 남자친구와 이야기해 보고 싶었지만 괜히 분위기만 서먹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입을 닫았다. “이제는 단 둘이 있는 상황을 피하고 싶을 정도로 부담이 생겼어요. 남자친구와 계속 교제를 유지하고 싶기 때문에 마음이 없어도 응해 줄 때가 많아요.” 그런 자신에 대해 한심하게 느껴져 의기소침해진다고 김 씨는 말한다.위의 사례처럼 서로 성욕구의 단계가 다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한쪽이 일방적으로 성행동을 옮기는 경우 상대방에게 큰 부담을 주게 되기 쉽다. 이런 성욕구 갈등은 상대방에게 수치심과 우울 등을 안겨 주며, 이런 상황에서는 관계 지속을 위해 응한 성관계가 오히려 결별로 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성경험이 있는 여성의 65%, 남성의 40%가 원치 않는 성관계를 응낙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고(Impett&Peplau, 2003), 오히려 남학생들이 원치 않은 성적 요구를 받았을 때 더 쉽게 응하는 경향이 있다는 조사도 있다(유의숙).이유로는 대부분 상대방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하여, 또한 상대방이 나를 떠날까 하는 염려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욕구 결핍 때문이라기보다, 새로 시작한 관계에서 한쪽이 아직은 성관계가 너무 이르다고 생각하더라도 관계가 소원해질까 봐 자신의 의사전달을 명확히 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상대방의 성관계 요구를 거절하거나 미루는 것이, 상대방 자체를 거절하는 것으로 해석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하는 것이다.따라서 스킨십이 시작되고 성관계를 갖기 전 이에 대해 두 사람이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고정애 아하 청소년성문화센터 실장은 “막연히 성관계를 숨기고 성 이야기를 터부시하는 분위기에서 자란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이성교제를 시작할 때에도 성 욕구나 성 행동을 두 사람이 어떻게 맞춰 나갈 것인가에 대해 전혀 이야기하지 않아요. 그냥 ‘좋을 대로’ 하고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이 후에 돌이키기 어려운 후회를 남기는 거죠”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터부시 하기 때문에 음성적으로 문제가 많이 생긴다는 것이다. 특히 남성은 주도성, 여성은 파수꾼인 전통적인 성 각본에서 여성이 먼저 성이나 스킨십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을 경우, 소위 ‘밝히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에 더더욱 이야기하기가 어려워진다. 여대생 서민영(23ㆍ가명) 씨는 “제가 원하는 때와 원하지 않는 때, 또 원하는 정도를 남자친구에게 말로 터놓은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그냥 분위기에 맡기는 거죠.”라고 말했다. ‘여성이 친밀감에 대한 욕구를 솔직하고 명확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식의 사고가 여성이 성적 피해자가 되기 쉬운 상황을 조장한다. 흔히 여성들이 남성들의 성관계 요구에 ‘안 돼요, 돼요, 돼요’ 한다는 말에서도 할 수 있듯, 여성이 `No` 하는 것을 그저 ‘명목상의 거절’이라고 생각해 버리기 쉬운 것이다.따라서 두 사람의 친밀감과 신뢰감을 높이려면 스킨십이 시작되기 전에 서로의 성 욕구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고 나누고, 그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도 책임 있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박수웅(성교육전문가?마취과의사)은 “스킨십은 계속 진행되기 마련이므로, 서로 어느 정도까지 원하는지, 어느 정도가 학생 신분에 맞게 책임질 수 있는 선인지를 두 사람이 분명히 정해 놓아야 합니다. 그 원칙 하에 사랑한다면 관계가 더욱 오랫동안 돈독하게 지속될 것입니다.”라고 조언했다. 특히, 원치 않는 임신이나 성병 등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도 서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막을 수 있을 것인지, 피임은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지 등 이야기를 나눠 원칙을 세워야 한다. 이 부분에 있어 남성 쪽에서 먼저 이야기를 꺼내고, 콘돔 등 피임기구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 여성을 책임 있게 사랑하고 배려하는 방법이다.성관계가 시작되었더라도 늘 서로의 심리상태와 욕구를 살피고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특히 한쪽이 원하지 않을 경우, 눈을 내리깔거나 손을 밀치는 식보다는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정애 실장은 “눈을 맞추고 손을 잡고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해야 합니다. 그럴 때 상대의 심리상태를 배려해 줄 줄 아는 것이 사랑이죠.”라고 말하며, 피임이 준비 안 된 상태에서 스킨십이 시작되었을 때에도 역시 준비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리적이든, 현실적인 문제든 준비가 안 되었다면 ‘No’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데이트에서 성관계가 시작되면 여성이 심리적으로 불안정함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남성들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성관계가 시작된 후 많은 여성들이 수치심, 우울증 등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때 가장 큰 치료약이 되는 것이 바로 남자친구의 배려와 사랑 표현이다. 정민영(24ㆍ가명) 씨는 “네가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을게, 하고 기다려주는 남자친구의 태도 때문에 더욱 신뢰하게 됐어요.”라고 말한다.또 한 가지, 처음의 사례에서처럼 데이트 중에 성관계가 으레적인 일이 되어 아예 만남의 목적이 섹스, 그 자체가 되는 상황은 경계해야 한다. 스킨십은 서로의 친밀감을 높이기 위한 수단일 뿐, 만남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두 사람 사이에 성행동 원칙이 없으면 그렇게 흘러가기 쉽다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학생 한성용(25세?가명) 씨는 되도록 데이트장소로 자신의 자취방을 피하기로 여자친구와 정했다. “자취방에서 영화 보고 밥 먹고 하는 패턴이 반복되다 보니, 점점 대화도 사라지고 설렘도 없고 여자친구도 힘들어 했어요. 그래서 데이트 할 때만 누릴 수 있는 기쁨을 많이 만들어 나가자고 약속했죠. 데이트 계획을 세워 밖으로 나가니 더 즐거워지고, 둘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욱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대학 시절은 성적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기도 하지만, 온전히 그에 따른 책임을 인식하고 배워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책임 있는 성, 배려하는 사랑. 때로는 No 할 줄 알고, 이를 받아들일 줄 아는 ‘소통하는’ 사랑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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